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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드멜로 신부의 삶으로 느끼는 ‘내려두기’ 영성

행복한 자유인, 앤소니 드멜로 / 빌 드멜로 지음·유정원 옮김 /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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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회 인도 뭄바이관구의 앤소니 드멜로 신부는 전 세계인에게 영적 울림을 남겼다. 분도출판사 제공



“당신 형이 내 삶을 변화시켰다”는 말에 동생은 형의 전기를 쓴다. 형이 살아있을 때에 형의 책과 오디오 녹음을 선물 받곤 했지만, 동생은 읽거나 듣지 않았다. 종교와 영성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생은 형이 예수회에 입회하면서 집을 떠난 후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다. 형이 세상을 떠난 몇 년 후 동생은 호기심으로 인터넷에 형 이름을 검색하자, 형과 관련된 사이트가 10여 개나 떴다. 동생은 형의 삶을 추적하면서 평범함 안에 깊은 인간성과 통찰력, 영성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형은 예수회 인도 뭄바이관구의 앤소니 드멜로(Anthony de Mello, 1931~1987) 신부다. 인도 푸나의 사다나 사목상담연구소장을 지내며 피정 지도와 영성 치료 등에 헌신했다. 그는 1987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깨어나십시오」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 등 그의 저서가 3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들의 영혼에 깊은 영적 울림을 남겼다.

호주 시드니에서 아들과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드멜로 신부의 동생 빌 드멜로는 형이 남긴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형을 재발견한다. 전 세계의 종교인과 무신론자들에게 쏟아지는 메일은 하나같이 형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은 앤소니 드멜로 신부의 친동생이 저술한 전기로 형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성인으로 교류한 형의 모습, 형과의 마지막 만남까지 동생만이 조명할 수 있는 앤소니 드멜로의 인간적 면모를 담아냈다. 인도에서 태어나 성장한 드멜로 신부가 예수회원으로 양성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교 영성에 새롭게 접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투지와 결단력을, 아버지에게서 화합과 용서하는 능력을 물려받았다. 형과 사귄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항상 사람 좋고 공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뛰어난 논객이었으며, 이해심과 유머가 넘쳤다. 그는 동양적 관점에서 심리학과 영성을 통합하는 통찰력을 가졌다. 무엇보다 현재를 사는 단순함의 경이로움을 지녔다. 사랑과 자유에 대한 통찰과 열망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드멜로 신부에 따르면 영성은 버리기를 배우는 것이다. 버리는 것은 곧 잊는 것이며,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다. 모든 고통은 자아에서 비롯되며,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을 때 더 이상 고통은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998년, 드멜로 신부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지나고 나서 ‘예수회 앤소니 드멜로 신부의 저술에 관한 공지’를 발표한다. 앤소니 드멜로 신부의 글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적 내용과 멀어졌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오는 계시를 형태와 모습도 없는 하느님에 대한 직관으로 대치하고, 하느님을 순수한 공(空)으로 표현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가톨릭 서점에서 그의 책은 잠시 사라졌다. 하지만 곧 교회는 그의 저서 출간 금지를 철회했다. 이미 그의 저서는 타 종교인들과 불가지론자들에게 영성 서적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저에게 크나큰 두 가지를 주셨는데, 단연코 가장 큰 선물이자 모든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은 인간을 창조하신 은혜입니다. 사람을 보고, 사람 안에서 통찰을 얻고, 사람을 돕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으로 인해 활기를 띠고, 사람으로 인해 자유로워지고, 사람으로 인해 성장합니다.(중략)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며 사용하라고 주신 생명과 힘과 자유와 은총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요?”(앤소니 드멜로 신부)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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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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