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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와 성화 만나니 꽃이 피고 나비 노니네

이영숙 작가, 6번째 개인전, 민화·성화 접목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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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하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린 이 성화로 하느님을 모르는 분들도 성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하느님께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는 이영숙 작가. 이힘 기자

▲ 성모영보(은총을 가득히 받은이여, 기뻐하여라) 50㎝30㎝, 순지, 분채, 봉채, 금분.



민화는 생활 속 그림으로 여겨지곤 한다. ‘본뜨기’ 그림이라는 선입견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민화라는 말조차도 쓰지 않는다. 일부 창작성이 있는 그림만 채색화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숙(루치아, 67, 수원교구 분당 성 마태오본당) 작가는 그러나 20여 년째 민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창작적이기보다는 일상 소재를 특별한 기법 없이 형식화한 유형에 따라 그리는 그림이지만, 동ㆍ서ㆍ남ㆍ북ㆍ중을 청ㆍ백ㆍ적ㆍ흑ㆍ황으로 표현해내는 오방색의 풍부한 색감과 세밀한 선묘, 생활 속 소재, 민속적 내용, 해학적인 도안 때문에 그는 민화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그는 성미술에 민화를 입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민화, 이콘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민화 작업을 해오면서 ‘꿈으로’ 간직해온 민화와 성화의 접목을 드디어 시도하게 된 것이다.

“2014년이니까, 불과 4년도 안 됐네요. 오랫동안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수난의 성모님) 상본을 보며 기도해왔는데, 우연히 민화로 그려보자는 마음을 내게 됐어요. 그런데 상본이 워낙 작다 보니 선이 뭉개져 있어 여러 번 실패하다가 네 번째 만에 성모님을 그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단에 그린 그 작품을 이듬해에 미술 세계에서 전시했는데, 그 작품이 팔렸어요. 이에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이콘을 연구하며 민화적 색을 입혀 그리는 데 집중했지요.”

이번에 작가가 선보인 이콘만 16점에 이른다. ‘비둘기의 성모님(네바의 성모님)’ ‘자비의 성모님(블라지미르의 성모님)’ ‘포도송이를 든 성모자’ ‘세 개의 손을 가진 성모님’ 등이다. ‘한복 입으신 성모자’나 ‘중국 성모님’과 같이 나라별 전통 의상을 입힌 성모자도 함께 선보였다.

그의 성모자 그림은 얼핏 보면 이콘인 듯하지만, 기존 이콘과는 달리 민족적 정서가 밴 채색화라는 면모가 짙다. 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호작도나 꽃과 새를 그린 화조도, 물속 물고기를 그린 어해도, 자연의 빼어난 경치를 그린 산수도, 조선 후기 풍속을 그린 풍속도를 그리던 필치나 색감이 툭툭 튀어나온다. 아울러 ‘연화도’ 같은 전통 민화나 ‘화성능행도’ 같은 기록화도 함께 출품해 전통 민화에 대한 사랑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 성모자 소재 민화를 창작 민화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손사래를 친다.

“창작성이 있다고는 보기 어려워요. 기존 성화에 민화적 소재들, 예를 들어 부귀를 뜻하는 모란 같은 화조도 소재들, 민화에 흔히 등장하는 당초문 같은 전통 문양들, 한복이나 청나라 궁중 복식 같은 전통의상을 덧보탰을 뿐이죠. 그래도 민화와 성화를 접목해봤다는 보람은 있네요.”

민화 중 화조도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 작가는 “선과 음영을 통해 입체감이 살아나도록 밑그림을 그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전통 민화를 고수하며 성모자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예수님이나 성인들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작업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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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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