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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명화] (33) 일 포스티노 & 와성십리출산천

그리움과 경험이 시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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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일 포스티노’ 포스터.

▲ 치바이스 작 ‘와성십리출산천(蛙聲十里出山泉)’.




요즘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이 화두다. 삶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을 찾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기 계발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여행 가방을 싼다. 마음속 정서의 나무를 키우고 그늘을 꿈꾸는 자유가 주어진 셈이다.
 

2017년 재개봉한 영화 ‘일 포스티노’는 잔잔한 시적 감성을 부르는 이탈리아 영화다. 영화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동명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영화화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칠레의 국민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를 소재로 했다.
 

사랑에 빠지면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영화 속 임시 우편배달부 마리오는 시인의 눈을 갖게 된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 아버지를 따라 어부가 되기 싫었던 마리오는 극장에서 네루다가 이 작은 섬으로 망명 온다는 뉴스를 접한다. 섬을 통틀어 단 한 명. 네루다만의 우편배달부를 뽑는다는 소식에 그는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우편배달부가 된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집에 서명을 받고 싶어, 시집을 준비해 배달 가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시집은 알 수 없는 말뿐이었다. 마리오가 그럼에도 시집으로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려 한 것은 선술집 아가씨 베아트리체 루소 때문. 그는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네루다의 시를 도용해 연애편지를 쓴다. 그러다 베아트리체의 숙모에게 발각돼 결국 네루다의 집에 숨는다. 전후 사정을 알고 난 네루다는 마리오가 베아트리체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얼마 후 수배령이 취소된 네루다는 부인과 함께 고향 칠레로 돌아간다.
 

5년 후, 네루다는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 다시 들른다. 네루다는 고인이 된 마리오가 녹음기에 남긴 소리와 마주한다. “이 섬의 아름다움이 뭐냐”고 물었던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녹음기에는 바다의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의 바람 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신부가 치는 교회의 종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아내 배 속에 있는 아들의 심장 소리가 녹음돼있다. 마리오는 고백한다. 자신은 네루다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인의 눈을 가지게 됐음을 고백한다.

시(詩)가 무엇이길래 사람을 변화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하는가. 중국 인민예술가 치바이스(1860~1957)의 시의(詩意) 그림은 몸소 경험하라고 말한다. 그는 가난하게 태어나 소목장이 됐지만 그림과 시를 배우며 문인들과 교류를 통해 시적 정취가 넘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91세에 그린 ‘와성십리출산천(蛙聲十里出山泉)’은 중국의 대문호 라오서(1899~1966)가 주문한 그림이다. 라오서는 편지에서 청나라 사신행(1650~1727)의 시구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주변 10리 안에 반드시 산속의 샘물이 나온다’를 적고 그 옆에 주필로 ‘올챙이 4, 5마리가 물을 따라 꼬리를 흔들고, 개구리는 없으나 울음소리가 상상이 되어야 한다’고 썼다. 이 작품은 라오서의 구체적인 요구에 맞게 그린 것으로 두 대가가 협업한 작품이기도 하다.
 

치바이스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렸는데, 그는 마음속에서 시를 얻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했다. 영화 속 네루다도 마리오에게 말한다.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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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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