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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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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400여 년 동안 성녀로 추앙 받는 조선 출신 동정녀가 있다. 오타 줄리아. 절대 권력의 후궁 자리를 거절하고 신앙을 지킨 죄로 유배를 당했으나, 유배지에서 주민들을 돕고 전교 활동을 하면서 영적인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줄리아가 유배됐던 섬 고즈시마에서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일본 가톨릭신자와 일반인들이 모여 ‘줄리아 제(祭)’를 지내며 그를 수호성인처럼 기리고 있다.

오랜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줄리아의 삶과 신앙을 재구성한 책이 나왔다. 안병호(안토니오) 작가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가 함께 쓴 「오타 줄리아」는 2008년부터 수차례 줄리아의 흔적을 쫓아 그의 신앙과 덕행을 밝혀낸 결과물이다. 책은 줄리아의 실제 삶과 내면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공저자 장상인 대표는 현지 취재 중 줄리아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었다고 전해지는 ‘기도단’을 시즈오카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오타 줄리아는 어린 시절 임진왜란 와중에 포로로 일본에 끌려갔다. 당시 전쟁터에서 그를 발견한 고니시 유키나가는 왜군 선봉장이자 그리스도인이었다. 고니시의 영지로 보내져 그의 아내에게 양녀로 키워진 줄리아는 1596년 예수회 선교사 모레홍 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다. ‘줄리아’는 이때 받은 세례명이다.

오랜 내전의 결과로 고니시 가문이 패하면서 줄리아는 열도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궁으로 넘겨졌다. 줄리아는 궁에서 지내는 동안 도쿠가와의 인정을 받아 부와 명성을 얻게 됐지만, 줄리아는 탄압받기 시작한 교회를 살리는 일에 자신을 희생했다. 특히 평생 동정을 지키겠다고 서원하고, 전교와 가난한 교우들을 위한 봉사에 헌신했다. 결국 줄리아는 금지된 신앙을 얻게 된 도쿠가와에게 신앙의 정체가 밝혀져 배교와 자신의 후궁이 될 것을 전제로 사면을 제안했다. 줄리아는 “지상의 왕을 위해 하늘의 왕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다”며 이를 단호히 거절했고, 고즈시마 섬으로 유배됐다. 유배지에서 줄리아는 신앙인으로서 봉사하는 삶을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선종했다.

장 대표는 “갈수록 인간성이 상실돼 가는 이때, 줄리아의 덕행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치열하게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이 성녀나 순교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 신앙과 고귀한 희생이 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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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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