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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6) 미쓰백

힘없고 상처 받은 이들이 기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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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쓰백’ 포스터.


미쓰백은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다. 누군들 가족이나 이웃으로부터 온전히 무관할 수 있을까. 인간이 수많은 관계로 형성되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술 취한 엄마에게 심하게 맞았던, 그리고 결국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한 아이가 어른(미스백)이 되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한 아이(지은)와 얽히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게임 중독자인 아빠와 그의 내연녀에게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사는 지은은 늘 배고프고, 맞아서 온몸이 성한 데가 없다. 아이는 더러운 살색 원피스 차림으로 길 중간에 서 있다. 마치 자신의 처지를 알아채주기를 바라는 양. 대부분 사람에게 지은은 그저 가난하고 지저분한 아이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의 처지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챈 한 사람, 세차장과 마사지 가게에서 투잡(경제적인 이유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을 하며, 누구도 넘어오지 못하도록 선을 긋고 곁을 주지 않는 그녀 미스백이다. 자기를 닮은 지은이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지만 결국 미스백이 신은 세줄 슬리퍼와 지은이가 신은 크고 더러운 세줄 슬리퍼가 마주한다.
 

어른과 아이, 현실적으로는 자신의 처지를 헤쳐 갈 힘이 있는 어른과 상황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힘없는 아이이지만 이 둘의 역할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며 돌보는 동료와 같다.
 

“네 옆에 있어 줄게, 지켜줄게,”

“나도 지켜줄게요.”
 

미스백에게 지은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게 하는 내면 아이 같은 존재이다. 내면 아이와의 만남은 그 상처로부터 무작정 도망치며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미스 백에게 상황을 다시 보게 하고 관계를 맺을 힘을 준다.
 

“엄마, 나 같은 게 엄마가 되고 싶어도 괜찮은 거야….”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내미는 손길은 그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향한 손길이다. 어둡고 두려웠던 상황들이 지나고 아이는 아이답게 웃고 논다. 벚꽃 휘날리는 봄날, 미스백은 처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상처투성이인 아이의 손을 잡고, 자신의 상처마저 아이에게 내보이며 함께 가는 미스백, 꼬인 상황을 풀어가는 그녀 바라기 형사 장섭, 재담과 속정 깊은 사랑으로 그들을 돕는 장섭의 누나,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지은이 같은 이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갈채를 보낸다.
 

고통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기댈 데가 있는 좋은 세상! 우리 서로 알아봐 주고, 벗이 되고 나아가 국가 시스템이, 우리 종교가 그 몫을 잘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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