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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2) 가버나움(Capharnaum)

혼돈의 도시에서 기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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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버나움’ 포스터.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마태 11,23)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도시 ‘가버나움’(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공생활과 밀접한 곳입니다. 예수님이 많은 기적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예수님이 행한 많은 기적을 보고도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았기에, 예수님은 위와 같이 꾸짖은 것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레바논의 베이루트는 난민, 아동 학대, 조혼, 불법체류, 마약 등 많은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 혼돈의 도시처럼 보입니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감독은 ‘카파르나움’이 잡동사니를 넣어 두는 곳,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상태, 나아가 ‘혼돈’을 뜻한다는 데서 착안해 제목으로 삼았을 것입니다.
 

영화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자인(12세)이 수갑을 찬 채 어딘가로 이동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어서 버스에 탄 자인의 부모가 보이고, 자인과 자인의 부모는 재판정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재판정과 자인의 과거가 교차로 보이면서, 영화의 초반에 가지게 된 의문점들이 하나둘씩 풀리게 됩니다.
 

가난하고 무지한 자인의 부모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인은 여동생 사하르가 생리를 시작했을 때, 그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라고 합니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어린 나이에도 눈치가 빠삭한 자인은 부모가 사하르를 시집 보낼까 봐 두려웠던 것이죠. 결국, 사하르는 아사드라는 남자에게 강제로 보내집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 더 큰 문제는 출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존재가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 자인의 부모는 자식들의 존재를 증명해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 출연한 대부분의 배우는 영화에서와 비슷한 처지의 일반인들이라고 합니다. 영화 출연 후, 이들은 자신을 증명할 신분증이 생겼고, 정착할 나라를 찾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으며,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영화란 단지 개봉하거나 꿈꾸게 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말할 수 없던 것을 말하기 위해서 만드는 거라고 했습니다.
 

혼돈의 도시 베이루트에서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감독은 성경에서처럼 간절히 기적을 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없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기적을 행해주길 바랐을지도 모르죠. 그녀와 제작진들은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했고,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모금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순시기입니다. 기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극작가, 연출가, 영화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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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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