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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동본당 교중미사 성가대 봉사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주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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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정명훈에게 가르침 받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우리 본당 성가대 지휘자라면? 실제로 이런 본당 지휘자가 존재한다. 서울 길동본당 교중미사 성가대 지휘자인 정주현(그레고리오·분당 성마리아본당)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음악대학 지휘과에서 디플롬(Diplom·학위수여증)을 획득한 뒤 독일 바이에른 코부르크주립극장(Landestheater Coburg) 부지휘자로 활동하다 귀국한 정씨는 트리니타스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국립오페라단·서울시오페라단 객원 지휘자로 이달 초에도 창작 오페라 초연에서 지휘를 맡는 등 젊은 지휘자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가 바쁜 일정을 쪼개어 본당 지휘자로 활동하는 이유는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꼭 참례하기 위해서’라고.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그는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신 부모님 덕분에 11년간의 독일 생활 중에도 주일미사는 절대 거르지 않았다.

정씨는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난 후 뒤늦게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듣는 작가주의적인 곡을 쓰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곡을 잘 연주해서 한 사람이라도 가슴에 담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도 오래 치고, 음감도 있어서 지휘에 적성이 잘 맞았다. 특히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문 연주단이라도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고 앞에 서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소리가 바뀝니다. 보이지 않는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지요.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단원들의 심리도 함께 지휘하는 것이 지휘자의 몫입니다.”

지휘자가 하는 일의 반은 테크닉적인 부분이지만, 나머지 반은 심리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독일은 소도시의 소극장이라고 해도 웬만한 국내 오페라단보다 공연이 더 많고, 스텝들 모두 정직원으로 지위가 안정돼 있다. 하지만 정씨는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자 고심 끝에 한국행을 택했다. 자녀들을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국에서 계속 살게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귀국해서도 성가대 지휘를 계속하고자 했는데, 그가 성가대 지휘자가 되기는 녹록치 않았다.

사실 많은 성가대들이 성악을 전공한 지휘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지휘를 전공한 지휘자들은 아무래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저 휘젓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던 것. 다행히 인맥을 통해 길동본당 교중미사 지휘자가 되었고, 어느덧 시간이 2년 이상 흘렀다.

길동성당 교중미사 성가대 한현기(미카엘) 단장은 “매의 눈과 예리한 귀를 가진 지휘자”라며 “디테일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시고 대충 가르치는 법이 없다”고 정씨를 평가한다.

정씨가 말하는 본당 성가대의 역할 1순위는 전례음악이 전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성가든, 창 미사곡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특송의 경우에도, 준비가 되지 않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한 성가대는 음악적인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 마디로 성가와 미사곡에 대한 올바른 기준이 되어 ‘모범답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휘자로서의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지휘자들은 평균적으로 수명이 길거든요. 저도 건강하게 꾸준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큰 무대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마음 그대로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도를 많이 해야겠죠?”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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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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