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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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초상화 그리는 김형주(이멜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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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성당에서, 상본을 통해 우리는 종종 순교자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실제로 만난 것도 아니고, 사진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닌데 그분들의 모습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그려졌을까?’라는 궁금증이 떠오른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자 성화의 대가인 김형주(이멜다) 화백과의 만남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 봤다.

김 화백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124위 시복식 때 공개된 복자화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의 작가이자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가 주최한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초상화 작업’ 참여 작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성미술 활동을 해 온 김 화백이지만 순교자 초상과의 인연은 2012년 시작됐다. 우연한 기회에 함경남도 덕원 성 베네딕도 대수도원의 순교자 하느님의 종 38위 초상화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드로잉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인물화를 잘 그릴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지요. 하지만 「분도통사」를 공부하고, 순교자 약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전혀 몰랐던 세계에 대해 눈뜨게 됐습니다.”

여태 들어본 적 없는 선교사들의 행적, 평민들의 참상 등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신앙 선조들의 열악한 삶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원산 출신인 어머니로부터 “그 양반들 다 봤어. 수염을 이렇게 기르고….” 등의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초상화 작업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비록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그분들과 연결돼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분들 고생하신 것 생각하면 분하기도 했고요.”

38위 순교자 초상화 작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어 124위 복자화 제작을 맡게 됐다. 김 화백은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 외 복자 개별 초상화도 30여 점 이상 그렸다. 참고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 덕원 수도원 작업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순교자를 한 분이라도 그려보는 것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일이에요. 처음에는 힘들지만 결국 내가 그린 분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고, 사랑으로 그린 그림은 보는 사람도 그분을 사랑하게 만들지요.”

상상화지만 초상화이기에 소매 폭, 갓 크기 등 세부사항들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빛과 표정이라고 한다. 물론 순교자들과 비슷한 이미지의 실제 인물을 찾아내 그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기는 하지만, 결과물은 모델 얼굴과는 전혀 다르다.

“성인·복자 초상화 작업이 어려운 것은 단순히 눈·코·입만 잘 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약전을 잘 읽고 그분들의 삶과 신앙에 동화돼야 작품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표정을 상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교감이죠. 그래서 신자가 아닌 사람은 절대 그릴 수 없습니다.”

실제로 김 화백은 순교자 초상화를 그리면서 신앙이 깊어졌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영성을 돌이켜 보고, 나는 과연 순교를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됐다는 것이다.

순교자 초상화 제작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작가가 드러나지 않는 성화이기 때문이다.

“나를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 그림’이 아니라 신자들에게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주님의 도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죠. 수백 년 후에도 남을 교회의 자산이자 문화재가 될 것이라는 자긍심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최근 동정 순교자 이영덕(막달레나) 성인의 초상화 작업을 마친 김 화백은 현재 국내 성지에 전시될 순교자의 대형 초상화를 제작 중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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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9-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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