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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마을 ‘아임우드’ 운영자 심상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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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목공 마을기업 ‘아임우드’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목수 심상무(요아킴·51·서울 시흥5동본당) 작가가 만든 ‘평화 십자가’도 그러하다.

평화 십자가는 전, 후, 좌, 우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십자가 형태를 유지하는 입체형 십자가다.

평화 십자가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연히 떠올랐다.

수년 전 어느 날, 산에 올랐던 심 작가는 지상에 있는 수많은 십자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전동 모터가 달린 한 십자가가 회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경박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더라고요. 그 때부터 왜 십자가는 정면에서만 봐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지요.”

그렇게 몇 년을 고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금의 평화 십자가가 나오게 됐다.

심 작가의 아이디어는 평화 십자가에서 그치지 않았다. 온누리를 품는 평화 십자가 외에도 주님이 팔을 벌려 우리를 안아 주는 모양의 ‘사랑 십자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올린 ‘환희 십자가’, 팔을 아래로 내린 ‘자비 십자가’, 한 쪽은 하늘을, 다른 쪽을 땅을 가리키는 ‘지향 십자가’ 등을 만들어 냈다.

각각의 십자가들은 이름에 맞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감사와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에는 ‘환희 십자가’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할 때는 ‘자비 십자가’가 제격이다.

심 작가는 “작은 십자가 하나 만드는 데에 1000번 손이 간다”고 말한다.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숙련된 장인의 손으로도 사포질 하는 것만 15~20분은 족히 걸리고, 십자가의 팔 부분도 본드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깎고 끼워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십자가는 ‘제품’이 아닌 ‘작품’이다.

‘심상무 십자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십자가는 참죽나무로 만든다는 것.

참죽나무는 예전에는 울타리, 전봇대 역할까지 했던 흔한 나무다. 봄마다 새순을 따기 위해 가지를 꺾을 때마다 상처가 하나씩 생겨나고, 베면 피 같은 빨간 진액이 나오는 것이 예수님의 수난과 닮았다.

스스로 “십자가에 미쳤다”고 말하는 심 작가는 “마을에서 만들어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심상무 짜임’이라는 독창적인 짜임법을 창안해 내고, 문화재수리기능자(소목)이자 수많은 특허ㆍ디자인 등록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디어맨이지만 당분간은 십자가 제작에 전념한다는 각오다.

“한국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250년이 다 돼 갑니다. 이제는 한국 가톨릭만의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형 성물 제작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십자가 시리즈가 그 역할을 해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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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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