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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간절함」 펴낸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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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을 좍 펴 보라/그 긴 세월 밟아 보라는 벌이 주어졌다/…… 발이 사라졌다’(‘자서전’ 중에서)

팔순을 바라보는 시인은 지난 인생을 “도저히 되밟을 수 없는 순간”이라 회고했다. 애쓰고 견디며 도착한 지금이기에 “이 순간이 감사하다”는 신달자(엘리사벳·77) 시인. 그는 아득하고, 불안한, 그리고 외로웠던 순간들을 지나고 비로소 찾아온 봄의 감사함을 70편의 시로 엮었다. 시집 「간절함」은 시인이 70여 년간 부딪치고 깎이며 찾은 희망의 열쇠들이 담겨있다.

신달자 시인은 “나의 젊은 시절은 감정과 감정,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진폭이 큰 파도처럼 대책 없이 떨어져 내리며 부서지던 세월이었다”며 “내 감정이 너무 컸기에 그것을 가지고 쩔쩔매느라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정과 치열히 싸웠던 시간들을 지나자 시인은 내가 아닌 ‘너’의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안에 들끓었던 욕망이 작아지고 나와 함께 존재하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변화의 중심에는 신앙이 있었죠. 아이들이 이탈 없이 잘 자라줬고, 좋아하는 문학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주님이 주신 축복이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요즘은 나쁜 일 없이 무사히 지난 오늘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시집 「간절함」에는 신달자 시인이 간절하게 반추한 생의 단편들이 담겨있다. ‘눈 덮힌 겨울 들판을 건너 온 바람이/내 집 노크를 했다…차가운 것은 불행이 아니라고/봄을 부르는 힘이라고 적어 놓고 갔다.’(‘겨울 들판을 건너온 바람이’ 중에서)

‘…폭설로 서서히 숨구멍을 막아도/기어이 사랑하겠다고/여리고 푸른 혀를 내어 미는/봄’(‘눈엽(嫩葉)’ 중에서)

세찬 바람과 폭설이 그의 삶을 흔들었지만, 그 끝에는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꽃이 피어있다면 아름다운 것을 모를 거예요. 추운 겨울을 견디고 꽃봉오리를 피웠기에 더욱 반가운 것이지요.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고통이나 상처가 지나고 보면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올 것입니다.”

몇 차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그가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앙이었다. “지나온 모든 것이 신앙의 힘이었다는 것을 느낀다”는 시인은 ‘김수환 추기경’, ‘자정 묵주기도’, ‘네’ 등의 시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돌아봤다.

신달자 시인은 오랜 습관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거리를 오고 가며 십자가를 보게 되면 ‘감사합니다’라고 되뇌며 성호경을 긋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감사함의 시간들은 신 시인의 삶을 행복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신달자 시인은 “마음이 허하고 갈등이 심한 분들이 있다면 제 시집을 읽고 정화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아울러 나에게도 감사한 일이 참 많다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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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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