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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시선으로 영화보기 -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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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 민족에게 함께 한다는 것은 유난히 가슴 찡한 의미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옅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죽기 전에는 꼭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6·25전쟁 70주년인 6월 25일을 맞아 극장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감독 김덕영)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를 되새겨 준다. 영화에는 정치와 이념을 뛰어넘는 평화의 가치와 국경을 넘나드는 가슴 뭉클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는 약 70년 전 동유럽의 낯선 땅에서 생활했던 북한 전쟁고아들과 그들을 위해 기꺼이 친구가 되고 부모가 되어주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쟁 중이던 1952년부터 1960년까지 북한에서 동유럽 5개국으로 보냈던 전쟁고아 5000여 명의 운명을 거슬러 올라간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제작 26년 경력인 김덕영(55) 감독이 북한 전쟁고아들의 사연을 접한 건 2004년 초였다. 대학 같은 과 선배인 박찬욱 감독이 전화를 걸어 동유럽 답사 중에 들은 얘기라며 “북한 남편을 40년 넘게 기다리는 루마니아 할머니가 있다”고 했다. 이 전화 한 통이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곧바로 루마니아로 날아가 제오르제타 미르초유(87) 할머니를 인터뷰했다.

그 뒤에도 김 감독의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이들의 자취를 추적하기 위해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헝가리·체코 등의 문서 보관소와 북한 전쟁고아들이 머물렀던 학교·기숙사 등을 일일이 답사하고 각국 영상 보관소에 북한 전쟁고아들과 관련된 자료를 꾸준히 요청했다.

그는 “유럽땅 곳곳에 남아 있는 북한 아이들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숨겨진 역사의 흔적을 발굴하는 작업이었다”며 “전쟁과 죽음 사이에서 피어났던 사람들 사이의 순수한 휴머니즘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였던 김금순과 불가리아에서 어울렸던 한 동창생은 그리움과 함께 남북의 평화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라. 너를 위해 그리고 한국과 북한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할게. 같은 민족은 한 국가에서 살아야 하는 법이잖니.”

1950년대 전쟁 속에서 따듯한 우정을 나눴던 그들은 여전히 평화의 여정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 북한 전쟁고아들은 전쟁의 야만성으로 부모를 잃고 그 상실감으로 정서적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동유럽 교사들과 아이들은 진실한 친구가 되어주었고 그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사심 없는 사랑을 베풀고 있었다. 하느님의 선한 질서 안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평화를 위해서는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없애고 용서해야 한다(에페 2,14)고 가르친다. 흘러가는 시간에 모든 것이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북한의 전쟁고아들과 동유럽 친구들이 나눴던 뜨거운 우정,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그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직접 내레이션을 한 김 감독은 “사람의 인생은 추억과 추억 사이를 흐른다”고 말한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며 “이들이 뜨거운 포옹을 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본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는 올해 프랑스 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뉴욕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등 10개 국제영화제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6월 열리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초청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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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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