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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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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는 치유 효과가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며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 먹구름처럼 엄습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을 느끼며, 땀을 흘리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 안에 있는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걷기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성지순례에 나선 사람들은 그 길을 걸으며 내적 변화를 기대한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강렬한 만남을 고대하거나, 3년 동안 거처 없이 팔레스티나를 떠돌았던 예수의 실존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걷기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몸으로 묵상하는 한 방식이며, 또 아브라함 이래 본질적으로 길의 구조를 가진 우리 믿음의 수련”이라고 밝힌 안셀름 그륀 신부는 「길 위에서」에서 걷기의 종교적인 측면을 소개한다.

그륀 신부는 걷기의 신앙적 차원을 설명하기 위해 성경 본문과 수도 전통 문헌을 다룬다. 1장 수도승 신학에서는 페레그리나티오의 의미와 그 해석을 소개한다. 고대와 중세 초기, 끊임없는 방랑을 이상으로 삼은 수도승들은 자신을 ‘페레그리누스’, 곧 이 세상의 순례자,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라틴어 ‘페레그리나티오’(peregrinatio)는 밭과 땅을 가리키는 ‘아게르’(ager)에서 나왔으며 사람이 잘 살지 않는 땅이나 이방으로 떠나는 것, 또는 거기에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그륀 신부는 “페레그리나티오는 ‘떠남’, ‘길 위에 있음’, ‘이방인의 삶’,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남’ 등 네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소개하며 이에 대한 해석과 함께 길을 떠난다는 것이 어떻게 우리 믿음의 수련이 되는지 제시한다.

아울러 성경을 통해 걷기, 거닒의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본다. 먼저 저자는 성경 속 관용 구절 가운데 ‘걷다’, ‘가다’, ‘거닐다’와 연관된 것들을 정리해 말씀 안에서 걷기를 체험할 수 있게 안내한다. 또한 하늘에 닿은 층계에 대한 야곱의 꿈 이야기(창세 28,10-22), 야곱이 하느님과 씨름한 이야기(창세 32,23-33) 등 성경에 등장하는 길 위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특히 그륀 신부는 걷기의 신학에 기여하는 두 책으로 요한복음서와 히브리서를 꼽았다. 저자는 “신약 성경에 나타난 길의 신학 정점은 당신을 길이라 지칭한 예수님 말씀”이라고 설명하며 요한복음서와 히브리서에서 걷기의 체험적 배경을 찾아낸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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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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