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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 딛고 일본에 신앙의 꽃 피운 성인 행적 담아

거룩한 불꽃 / 루이스 프로이스 지음 / 이건숙 옮김 / 가톨릭출판사 /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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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26위 성인이 순교한 나가사키 니시자카공원에 있는 26성인 순교 기념비. 두손을 모은 성인들의 머리 위에 이름이 적혀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역사적으로 새로운 문물의 유입은 체제와 문화를 유지해야 하는 나라에는 위협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이 ‘신앙’일지라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도 우리처럼 가톨릭 신앙의 도래로 잔혹한 박해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에 신앙이 전해진 것은 우리보다 230여 년 앞선 1549년. 스페인 출신으로 예수회 설립자 중 한 명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당시 막 일본을 최초로 통일한 기쁨에 사로잡혀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한 복음의 전래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히데요시는 초기 선교사들의 입국을 어느 정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사 추방령을 선포했고, 이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1614년 기리시탄(그리스도인) 금령을 주문하면서 일본에 주님 말씀이 깃들 통로를 사실상 차단했다. 이후 277년간 일본인 가톨릭 신자는 숨죽인 채 신앙을 지켜야 했다. 박해로 짓밟힌 순교자들 틈에서 살아남은 이른바 ‘잠복 기리시탄’들이 오늘날 45만 일본 교회 신자들의 신앙 선조들인 셈이다.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0.5에 불과한 일본 교회. 그러나 잔혹한 순교의 역사는 깊고 거룩한 자국을 남겼다. 특별히 일본 규슈 나가사키는 일본 교회에 여전히 박동하는 ‘순교 신심의 심장부’다. 우리의 절두산순교성지와 같은 곳으로, 일본 교회가 낳은 성인 42위 가운데 26위가 이곳에서 순교했다.
 

1596년 금교령도 무릅쓰고 성당과 수도원 건립, 전교 활동에 매진한 예수회 바오로 미키 수사, 그리고 12세 어린 나이에도 화형장에서 당당히 “제가 매달려 죽을 십자가는 어느 것입니까?”하고 물었던 루도비코 이바라키 성인에 이르기까지.
 

「거룩한 불꽃」은 1597년 일본 교토에서부터 나가사키까지 900㎞에 걸쳐 자행된 끔찍한 박해의 행군을 주님 향한 ‘기쁨의 길’로 맞았던 26위 성인의 행적을 옮긴 책이다. 박해시기 당시 30년간 일본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성인들과는 동시대 인물이기도 한 예수회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가 보고 들은 실제 기록을 그대로 옮긴 이 책은 421년 전 일본 순교사를 상세히 보여주는 사료이기도 하다. 현재 나가사키대교구에서 순례자들을 돕고 있는 이건숙(율리엣다, 예수성심시녀회) 수녀가 나가사키성지와 순교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프로이스 신부의 기록은 참혹했던 박해상과 더불어 하느님을 알리는 데에 열중했던 성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다. 프로이스 신부는 1596년 쓴 기록에 “우리는 새 신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박해 중에도 해마다 수천 명이 세례를 받았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세례받은 신자가 어린이를 제외하고도 대략 6만 5000명이나 된다”고 적었다. 당시 하느님 말씀을 갈망한 일본 신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사제와 수도자들이 연행돼 투옥된 상황, 미키 수사가 옥중에서도 간수와 죄수에게 교리를 가르친 사연 등 당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울러 히데요시의 금교령 이후 필리핀에 머물던 수도자들이 일본으로 가는 걸 망설이던 순간에도 일본에 입국해 순교한 성 베드로 밥티스타 수사의 이야기와 서한 등 26위 성인의 거룩한 면모들이 신앙의 소중함을 되새기도록 돕는다.
 

일본 교회는 매년 2월 6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순교자 기념일에 26위 성인 순교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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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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