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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예술가 우정 오가던 옛 왜관 골목길, 문화·예술의 거리로

구상 시인·이중섭 화가 우정의 거리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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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심교육재단 이사장 박현동 아빠스와 백선기 칠곡군수가 지난 1월 구상·이중섭 우정의 거리 조성 업무 협약을 맺고 협약서를 공개하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경북 칠곡군이 구상(요한 세례자, 1919∼2004)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왜관읍 소재 순심여자중ㆍ고등학교와 왜관초등학교 사이 230m 골목길을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의 우정의 거리’(이하 구상ㆍ이중섭 우정의 거리)로 조성키로 했다. 순심교육재단 이사장 박현동 아빠스와 백선기(미카엘) 칠곡군수는 지난 1월 16일 왜관수도원에서 구상ㆍ이중섭 우정의 거리 조성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식 자리에서 박현동 아빠스는 “구상 시인 집안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왜관수도원과 구상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칠곡군이 협력하여 우정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역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구상ㆍ이중섭 우정의 거리는 구상 시인이 그의 가족을 이끌고 월남해 1953년부터 기거해 본적지가 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788번지 구상문학관에서 약 200m 떨어져 있다. 구상은 낙동강이 바라보이는 이 집에서 1953년부터 1974년까지 생활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며 문인과 예술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칠곡군은 2002년 구상의 집필실이자 문인과 예술가들의 사랑채인 ‘관수재’(觀水齋)와 부인 서영옥(데레사) 여사가 운영하던 ‘순심의원’ 터를 매입, ‘구상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다. 
 

구상이 왜관에 정착한 이유는 월남한 덕원수도원 수도자들이 1952년 이곳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구상의 집안은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에 진출해 서울 백동(지금의 혜화동) 수도원을 세울 때부터 연을 맺었다. 그의 아버지 구종진이 수도원의 교육 사업을 위촉받으면서 구상은 덕원수도원 인근에서 성장했다. 그는 덕원신학교에서 수학하며 수도원장이며 원산교구장인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의 장엄 미사 때 복사를 서기도 했다. 하느님의 종, 구대준 신부(함흥교구)는 그의 친형이다. 구상이 왜관수도원 인근에 정착하자 수도원 목공소 책임자인 명용인 수사가 관수재와 순심의원 공사 감독을 했다. 이처럼 구상의 삶은 성 베네딕도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구상과 이중섭의 우정은 왜관을 매개로 한층 꽃피웠다. 둘은 이미 일본 유학 시절 만나 인연을 맺었고, 함께 1946년 원산여자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또 구상의 시집 「응향」의 표지화를 이중섭이 그리기도 했다. 1955년 구상은 이중섭을 왜관으로 초대했다. 이중섭은 생의 마지막 전시회(대구 미국공보원 화랑)를 준비하며 몇 개월간 구상과 함께 지냈다. 이중섭이 왜관에 머무르며 순심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전해온다. 이중섭은 감사의 표시로 순심학교에 작품 ‘빨래터’를 기증했다. 이 작품은 수십 년 동안 순심중고등학교 교장실에 걸려 있다가 1980년대 말 구상 시인의 소개로 1억 원에 삼성재단에 판매돼 지금까지 순심교육재단의 장학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섭은 구상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때 병문안을 가면서 과일 하나 살 돈이 없어 작품 ‘천도복숭아’를 그려 전하며 우정을 표시했고, ‘시인 구상네 가족’ ‘왜관성당 부근’ 등 왜관과 관련된 작품들을 남겼다. 
 

왜관수도원과 칠곡군은 ‘왜관에서 우정을 문학과 예술로 승화시킨’ 구상과 이중섭을 기려 두 사람이 오갔던 옛길을 ‘우정의 길’로 조성키로 하고, 구체적 연구용역 발주와 심사를 거쳐 가능한 한 구상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는 9월 16일에 첫 삽을 뜨고 올해 연말에는 기념행사도 공동으로 열 계획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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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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