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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6) 스트롱거 (Stronger, 2017)

고통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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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트롱거’ 포스터.

▲ 손옥경 수녀(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비우는 것이 덕이던 시대가 있었는데 요즘은 많은 것을 챙기고 그 안에서 힘을 지니려 한다. 무리로 함께 살아가던 시대가 점점 개인으로 분화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먼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한 달 전 헤어진 여자 친구 에린이 마라톤에 참가한 것을 안 제프는 결승선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제프는 두 다리를 잃는다.

위급하고 절박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의 진짜 속내가 드러난다. 쓸데없이 티격태격하던 맘도, 투정도 사라지고. 사경에서 깨어난 제프는 제일 먼저 에린이 무사한지 묻고, 에린은 제프가 겪는 고통이 자신 때문이라 여기며 그의 곁에 있기를 선택한다. 건강하다가도 장애가 생기면 떠나가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은 받아들이는 사람도, 함께하려는 사람도 순수하다. 사랑하고 있는 거다.

두 다리는 잃었지만 명랑한 청년 제프는 가족과 사람들에 의해 ‘보스턴의 스트롱거’ ‘보스턴의 영웅’으로 급부상하며 많은 인터뷰 요청과 중요 모임에 초대받는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환히 웃고 말하던 제프가 그 자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몹시 괴로워한다. 많은 사람이 내는 소음과 테러의 상황이 겹쳐지면서 견디기 힘든 것이다.

에린은 고통을 밝히고 그런 곳에 가지 말라고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제프의 엄마는 아들의 장애에 이런 식으로나마 의미를 부여하며 고통을 견디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보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지만 실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겐 고통을 가릴 나뭇조각, 헝겊 한 장이 필요한가 보다.

올바르지 않은 대응은 실제로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괴로움을 술로 견디는 제프는 에린의 임신 소식을 수용할 힘이 없어 거부하고 결국 에린은 떠난다.

홀로 선 제프…. 에린이 자신에게 누구인지도 보게 되고,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도 깨닫게 된다. 형제를 잃은 이가 제프의 모습 안에서 형제를 만나고, 자녀를 잃은 이가 제프 안에서 자녀를 만나고 있음을 들으면서이다. 고통을 견디며 살아내고 있는 자신이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힘을 줌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강함은 유명세가 아니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어려움 중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는 데 있으며, 자신의 약함이 오히려 힘겨운 이들에게 살 힘을 준다는 사실에서 그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다. 두 사람의 연기도 좋고 비극적 상황을 평온히, 섬세하게 그려낸 감독의 솜씨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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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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