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화의 향기 with CaFF] (27)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배불뚝이 ‘아재’들의 수중발레 도전기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포스터.



“여러분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로마 15,7)

프랑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8명의 중년 남성이 모여 수중발레(아티스틱 스위밍)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베르트랑은 자녀들로부터 외면받는 무기력하고 외로운 백수 가장이다. 동네 수영장에 갔다가 우연히 남자 수중발레 모집 공고를 보고 참가를 결심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연습하면서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로랑, 파산 직전의 마퀴스, 무명 로커 시몽,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티에리 등을 알게 된다.

이들은 비록 오합지졸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게 되고 남자 수중발레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라는 꿈을 목표로 함께 도전을 시작한다. 비록 각자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고 남자 수중발레에 대한 가족들이나 이웃들의 시선이 냉랭하지만, 운동을 통한 교감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년의 도전이 아름답게 묘사된다.

이 영화의 장점은 무모해 보이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함께하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용기를 주고받으며 공감과 연대를 키워가는 것에 있다. 연습이 끝나고 라커룸에 함께 모여 자신을 소개하고, 가족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 넣으면서 서로 약함을 공유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 비록 머리가 빠지고 배가 나와 볼품없는 외모이지만 함께 수중발레를 하는 것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며, 세계대회 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된다.

그리스도인의 구원은 개인적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에서 주어진다. 다시 말해 하느님과 신앙인 개인과의 1:1 관계가 아니라 내가 속한 신앙 공동체와 함께 하느님께 나아가는 구원의 여정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과 내가 속한 본당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신앙을 함께 공유한다.

그렇다면 함께 신앙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 대부분은 성인(聖人)이 아니라 오히려 죄인이며, 약점도 많고 허물도 많은 존재이지만, 하나의 신앙 아래 모여 함께 기도하고 활동하면서 약함을 믿음으로 채워갈 수 있다. 안타깝지만 신앙 공동체 안에서 부정적인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은 서로 약함을 보듬지 못하고 비판하고 단죄하며 자신의 인간적인 잘남을 드러내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수중발레에 도전하는 영화 속 8명의 중년 남성들처럼 비록 세상에서는 패배자지만 수중발레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이 용기를 얻어 끝까지 도전하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처럼 신앙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 의지하며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친교의 가치를 키워갈 수 있을 때,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면서 우리를 격려하고 풍요롭게 하시는 주님의 뜻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조용준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7-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지혜 1장 14절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존재하라고 창조하셨으니 세상의 피조물이 다 이롭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