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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35)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2019)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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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애드 아스트라’ 포스터.



SF영화인 ‘애드 아스트라’(Ad Astra, 2019)는 100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 소령이 29년 전 영웅적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고 있던 아버지의 생존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 나서는 영화다.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라는 감동적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주인공 로이는 남다른 사람이다. 영화 초반 갑작스러운 써지 폭풍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조차 평온함을 유지한 채 아주 차분하게 탈출에 성공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혈한 같은 그에게 비밀 임무가 주어진다. 써지 현상이 1급 비밀이었던 아버지의 실험에서 비롯되었고 태양계 끝에서 살아계신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화성까지 가야 한다.

아버지와의 교신이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묵묵하게 화성까지의 여정을 계속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녹음을 시작한 순간 자신 안에 감추어두었던 감정이 폭발한다.

영화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주인공 로이 소령이 보이는 차분함이 사실은 아버지의 부재를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통해서 자신의 본래 감정을 되찾게 된다. 감정 기복 없이 임무에 충실한 이성적인 군인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로 조금씩 바뀌게 된다.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을 때 이제 그를 이해하고 결핍을 극복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기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지는 이 시대에 신앙인으로서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는 하느님 사랑 안에서 이웃, 심지어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말과 행동 안에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 자리하지 않는다면 내 안에는 하느님의 현존이나 사랑이 없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인 것처럼 그럴싸한 포장을 하고 그 사랑 없음을 숨기기에 급급한 삶을 살기가 쉽다.

이 시대의 정의와 공정함을 외치기에 앞서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을 때 우리가 찾는 정의는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되고,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자리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시고 그 사랑 안에 우리 모두가 머물기를 바라신다. 우리가 그 사랑을 체험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다시 그분께 돌아가는 것, 다시 말해 회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주인공 로이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변화한 것처럼 우리도 아버지 하느님을 다시 뵙기 위한 영적 여정을 시작한다면 그 여정의 끝에는 상상한 것보다 더 큰 그분의 현존과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조용준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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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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