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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40) 버티고 (Vertigo, 2018)

버티며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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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버티고’ 포스터.

▲ 조용준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전계수 감독의 영화 ‘버티고’는 30대 직장인 서영의 불안정한 삶을 다룬다. 왜 서영의 삶은 불안할까? 계약직 신분에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예전과 같지 않고, 가끔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는 삶의 무게를 더 무겁게만 한다. 한마디로 어디에도 편하게 마음 둘 곳 없는 삶을 연장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서영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충분히 견딜만한 내지는 극복할만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의 주인공 서영의 모습은 이 시대 20~30대 젊은이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취직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계약직 신분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직업의 불안정함은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꿔 결혼 자체를 늦추거나 포기하게 하고, 결국 제대로 된 직장이나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삶의 방식이 일상화된다.

그러면 서영과 같은 이들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는 뜻밖의 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고층 청소부이자 배우인 관우는 우연히 서영을 알게 되고, 그녀의 삶을 지켜본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기적인 삶의 태도가 보편화되는 시대에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다가가는 행위는 낯설게 느껴진다. 오히려 자신 안에 갇혀서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서영에게 관우의 관심과 말은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소위 열심한 이들이 아니라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서신다. 그들에게 다가가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고, 병을 고쳐주고, 삶의 희망을 회복하게 하신다. 죄인이라 불리는 이들과 식사 자리를 마다치 않으시고, 새로운 구원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신다.

평생 하느님에 대한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이들이 성당을 찾아오는 것은 그만큼 마음 안에 공허함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어떤 것으로도 어떤 관계로도 채울 수 없는 내적인 결핍에 대한 답을 찾고, 위로받고 싶어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불안한 삶을 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관우’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을 지켜봐 주고,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을 때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게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예수님이 사셨던 삶의 방식이었고,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가 이 시대의 이웃과 더불어 가는 삶의 방식임을 기억하고 내가 속한 신앙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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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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