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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44)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엄마와 딸 사이 숨겨진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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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포스터.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La Vrit, The Truth, 2019)은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에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프랑스에서 영화배우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엄마 파비안느와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딸 뤼미르가 그들이다.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파비안느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가 인터뷰하는 동안, 그녀의 딸 뤼미르가 남편과 딸을 데리고 파비안느를 찾아온다. 회고록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뤼미르는 엄마의 회고록에 줄을 쳐가면서 열심히 읽는다. 그리고 엄마에게 따진다. 여기에 진실은 없다고. 뤼미르가 어릴 때, 엄마는 학교에 데리러 온 적이 없는데, 파비안느는 딸을 기다리는 것이 기쁨이었다고 회고한 것이다. 딸에게 엄마의 애정이 필요할 때, 항상 옆에 있어주었던 것은 죽은 사라였다. 뤼미르는 회고록에 사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파비안느는 뤼미르에게 “기억을 믿지 말라”고 말할 뿐이다.

기억은 늘 상대적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상대에게는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둘의 기억은 다르다. 과연 누구의 기억이 맞는 것일까? 우리의 기억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진실과 거짓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 것일까?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기고, 뤼미르는 파비안느의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다른 기억의 파편들 속에서 진실에 가까워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액자 구조를 그 진실에 다가가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파비안느는 현재 출연 중인 SF 영화 속에서 병 때문에 우주에 나가 살고 있는, 그래서 늙지 않는 엄마를 둔 딸의 역할을 한다. 늙어가는 딸로서 여전히 젊은 엄마를 바라보는 역할이다. 그 역할은, 현실에서 여배우인 파비안느를 엄마로 둔 뤼미르의 역할이기도 하다.

엄마와 딸은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함께 지내면서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말이다.

이 영화에는 미움과 갈등이 있지만 따뜻한 시선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닌 마음이고, 서로를 어루만지는 일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육체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 우리는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볼 때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는 게 아닐는지. 그래서 이 성경 구절이 떠오르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2코린 4,18)

12월 5일 개봉


▲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극작가·연출가·영화치료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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