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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46) 라스트 크리스마스 (Last Christmas, 2019)

소소한 일상도 새롭게 바라보면 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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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 포스터.

 

 


‘소복소복 하얀 눈이 내려오면서 무슨 말 할까~♩ 무슨 말 할까~♪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는 지금쯤 어느 상공을 날아다닐까? 세상의 많은 사람이 공통의 고향, 정서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실리적인 세상에 비실용적인 것들이 세상을 반짝이게 한다.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첫 장면은 큰 무대에서 성탄 노래를 부르는 소녀에게서 시작된다. 화목하고 다정한 가족이 보인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은 마구 구겨진 느낌이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온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가 잠자리를 찾아 한 남자를 따라가고, 이어 찾아온 남자의 애인에 의해서 쫓겨난다. 이른 새벽 털털 가방을 끌고 들어간 곳은 그녀의 직장인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가게이다.

배우를 꿈꾸지만 늘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애인도 없고, 너무나 잘나가서 자신을 무시하는 언니와 한가득 걱정으로 케이트만 바라보는 엄마(엠마 톰슨)의 간섭으로 인해 지구를 탈출하고 싶다. 케이트는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온갖 성탄 선물 속에 파묻혀있지만, 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외롭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려하나 어딘가 촌스러운 남자가 다가온다. 이 영화는 아시아인과의 조합이다. 남자 주인공 톰(핸리 골딩)도 가게주인 산타(양자경)도 모두 아시아계로 느리나 지혜롭고 따스하다.

톰은 케이트가 만나고 싶은 남자도 아니고 취향도 다르다. 화려한 윈도우 대신 도심에 사는 새를 바라보라 하고, 공원을 찾아가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사연을 나누며, 런던 시내를 걸어서 다니기를 좋아한다. 저녁이면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로 자원봉사를 하러 간다.

톰을 사귀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하지만 점점 헝클어진 케이트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유가 생기고 소소한 일상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조금씩 사람들이 보이고 도망치고만 싶었던 엄마의 마음도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

성탄! 하느님이 아기로 오신 의미는 무엇일까?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찾아오실 만큼, 인간인 우리가 귀하다고, 있는 그대로 귀하다고 알려주시는 것은 아닐까?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은 이미 다 주어져 있다고 다른 눈을 가지고 바라보라고 일깨워주는 것은 아닐까?

톰이 케이트에게 선물인 것은 무엇을 주어서가 아니라 새롭게 바라보고 찬찬히 바라보면서 충만해지는 비결을 알려줄 것이다. 사랑스럽고 어눌하고 깐깐하고 소심한 이들의 삶과 소소한 일상이 성탄 선물이라고 일깨워주는 따스한 영화이다.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의 마음을 모든 이가 다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메리 크리스마스! 12월 5일 개봉

 

 

 

 

 
▲ 손옥경 수녀(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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