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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59)러브 앳 (Love at Second Sight, 2019)

너무 당연하게만 여긴 사랑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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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러브 앳’ 스틸 컷.



“나를 사랑하면 내 사랑을 받고 애타게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잠언 8,17)

첫눈에 사랑에 빠져 함께 10년의 세월을 살아온 라파엘과 올리비아.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시들어가고, 무미건조한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밤 말다툼 후 사과 한마디 없이 잠이 들었던 라파엘은 다음 날 아침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다. 어제까지 부부로서 살았던 올리비아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라파엘은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되어있다. 나름 괜찮은 소설가로 살아온 라파엘은 별 볼 일 없는 미혼의 교사가 되어있다.

이 영화는 현실 세계와 유사한 평행 세계가 존재하고, 다른 세계에서 현재의 나와는 다른 내가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라파엘 본인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아내와 친구들, 알고 지내던 모두와 다른 관계가 된다. 라파엘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아내의 사랑을 회복해야만 한다는 결심을 하고,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올리비아를 찾아가고, 친해지려고 한다. 라파엘에게 있어서 올리비아는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여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랑을 잃어버렸다가 새로운 세상에서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닌 올리비아와 다시 사랑에 빠지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가진 약함 중 하나는 쉽게 타성에 젖는다는 것이다. 멀리 있을 때는 가치를 알아보고 그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지만, 정작 그것이 늘 같이 있는 것,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될 때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무관심하게 된다. 영화 안에서 라파엘이 자신의 소설을 묵묵히 읽어주고 좋아해 주는 올리비아가 너무 좋았지만, 이제는 그의 소설을 읽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처럼.

지난 재의 수요일부터 우리는 특별한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신앙 공동체의 전례와 모임을 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미사에서 영성체를 하고, 신앙 공동체에서 함께 기도와 활동을 하던 것이 당연하였다면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되었다.

박해 시대에 사제를 모실 수 없어 성체에 대한 신심에도 제대로 된 미사와 영성체를 하지 못했던 신앙 선조를 기억하면서 우리가 누리는 신앙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느끼게 된다. 예수님은 성체와 말씀으로 우리에게 늘 자신을 내어주고 계시고, 신앙 공동체를 통해서 그 믿음을 함께 키워왔다는 것. 소중한 관계가 바로 내 옆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그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지금을 살아갈 때, 다시 미사에 가서 영성체하고,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다시 만나 기도하고 활동할 수 있을 때,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영적인 풍요로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용준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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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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