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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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74) 너는 달밤에 빛나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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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어요?” 라고 물으니 “파티마 성지 주변에 한 달간 머물고 싶다”고 했다. “성지가 주는 평온함과 음식 맛을 잊을 수 없다고.” 아 그렇구나! 어느새 지인의 소원은 나의 소원이 되었다.
 

영화 ‘너는 달밤에 빛나고’는 누나의 죽음을 목격한 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소년 ‘타큐야’가 얼굴도 모르던 같은 반 친구 ‘마미즈’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마미즈는 ‘발광병’을 앓고 있는데 달빛을 받으면 몸에서 빛이 나는 병으로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더 빛이 난다는 가상의 병이다.
 

의학의 발달로 마미즈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부모님의 바람과 달리 마미즈는 폐만 끼치며 사는 것 같아 삶을 놓고 싶어 한다.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쉬움에 마미즈는 하고 싶은 리스트를 적어놓았지만, 우리가 아는 버킷리스트와는 달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미즈가 아끼는 아빠의 선물을 실수로 깨트린 타큐야가 무언가로든 보상하고 싶어 하자 마미즈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 체험해 달라”고 한다. 마미즈의 소원대로 타큐야는 부끄럼을 타면서도 분홍 머리띠를 하고 롤러코스터를 탄다. “배가 터지도록 파르페를 먹어보고 싶다”는 마미즈의 소원대로 엄청나게 큰 파르페도 시켜 먹는다. 밤새 줄을 서서 최고의 인기품목인 휴대전화도 사고, 무서워 절대 도전하고 싶지 않은 번지 점프도 한다.
 

“누군가 너에게 잠시 혹은 하루 이틀 해야 할 일을 요청하더라도 평생의 과업처럼 정성껏 행하여라” 하신 어느 분의 글이 떠오른다. 사실 죽음을 앞둔 마미즈가 안쓰러워서, 누나 생각이 나서 시작한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나하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타큐야는 삶을 다시 직면할 용기를 얻는다. 마지막에 고백하지만 마미즈 역시 “끝만 기다리며 살기보다는 짧아도 살아있는 기쁨을 누리며 사는 게 좋을 것 같아”라며 삶을 누리기 시작한다. 이 여정은 서로를 살게 하는 빛의 시간이었다. 더욱 소중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둘은 소중한 친구가 된다.
 

영화 제목 ‘너는 달밤에 빛나고’는 마미즈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면도 엿보인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언가 잃어버리거나 잃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진즉 그 가치를 알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든 사람이든 사건이든. 딸의 치유를 위해 멀리 떠나 사는 아빠, 마미즈를 좋아하지만 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떠난 옛 남자 친구. 더 오래 사는 것은 더 가치 있는 일일까? 합리적인 이유들은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살아서 함께할 시간을 흘려보내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혜롭다는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함께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싱그럽다. 최선을 다했기에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담담하다. 타큐야는 이제 무기력한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삶은 살 줄 아는 이들이 받는 선물인 것이다.


6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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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0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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