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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75) 반도

두려움에 소외된 이웃 외면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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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세 4,9-10)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는 바이러스로 아수라장이 된 한반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정석(강동원 분)과 딸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며 폐허의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분)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홍콩에서 겨우 삶을 연명하던 정석은 큰돈을 벌 수 있는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서울로 향하고 거금이 들어있는 운반 차량을 찾게 되지만, 이상한 군인들에게 차량을 뺏기고 절체절명의 순간 민정 일행의 도움을 받게 된다. 사실 정석과 민정은 이전에 마주친 적이 있었다. 정석이 누나 가족의 대피를 도우면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민정 가족의 요청을 무시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무시했던 민정 가족의 도움으로 살게 된 것이다.

여름철 흔한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로 보이지만, 이 영화에 담긴 주요한 가치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석은 이기적인 자기 결정을 합리화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 누구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다가 민정의 도움을 받아 함께 역경을 이겨나가고 가족과 같은 민정 일행과 함께하면서 지금까지의 이기적인 선택 대신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과 행동을 실천하게 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좀비 바이러스는 결은 다르지만,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들이 있다. 돈이나 권력, 힘으로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피해자가 되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이기적인 결정을 당연하게 만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7주년을 맞이하면서 인류가 당연히 가져야 할 인류애를 강조하신다. 인간과 동물, 자연, 죽음까지도 형제·자매로 받아들였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따라 사시려는 교황은 우리가 종교와 문화, 인종을 뛰어넘어 서로 화해하고 형제가 되기를 바라신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종식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감염의 가능성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져 정작 우리가 살펴야 할 이웃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영화 속 정석이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누구도 지키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염려에만 마음을 쓰다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믿음의 실천인 사랑을 잃어간다면 이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비록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주님께 두고, 그분의 뜻을 찾아 우리 삶의 자리에서 이것을 실천해 나아갈 때 점점 삭막해지는 우리의 현실에 희망이라는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키워가고, 언젠가 그 열매를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15일 개봉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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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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