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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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76) 비바리움

‘물질’에 ‘지금’을 저당 잡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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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움’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인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한 동물 사육장을 뜻한다. 영화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 톰과 젬마는 함께 살 집을 보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그 집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마치 사육당하듯, 모델하우스 같은 그 집에서 살게 된다.
 

그 집이 있는 ‘욘더’라는 주택단지는 잘 조성된 완벽한 마을처럼 보인다. 하지만 톰과 젬마에게 이 마을은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모든 게 인공적이고, 자연스럽지 않은 이곳,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 마을에서 그들은 살고 싶지 않다. 그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던 세계로 돌아가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안 보이는 틈을 타 얼른 차를 타고 단지를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계속해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집에서 살게 된 그들에게 아기가 배달되고, 이야기는 점점 기괴해진다.
 

두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개성이 몰살되고, 획일화된 공간은 관객을 공포로 몰아간다. 공포나 스릴러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어둡고 음산한 배경이 아닌, 매혹적이고 독특한 비주얼과 비현실적인 모습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는 점점 더 강하게 주인공들을 옭아맨다.
 

이 영화는 2011년 아무도 없는 주택단지에 갇힌 젊은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영화 ‘여우들’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다. 감독 로칸 피네건과 각본가 가렛 샌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야기한 아일랜드의 유령 부동산에 주목했고, ‘비슷한 모양의 주택 개발이 양자 현상처럼 영원히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이 영화의 주제로 확장되었다. 그렇게 단편 영화가 만들어졌고, 이 영화는 8년 뒤 지금의 장편 영화 ‘비바리움’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 문화, 사회 문제들을 영화는 풍자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은 완벽한 마을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개성과 선택의 자유가 사라진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을 풍자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지게 되는 빚이나 편리함과 안락함에 굴복해 무언가에 얽매이게 되는 것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감독은 이런 것들을 잘 버무려 악몽처럼 표현해냈다.
 

이 영화는 더 넓고 호화로운 집, 더 멋진 차, 광고에 나오는 그럴듯해 보이는 물건들을 사기 위해 애쓰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우리의 허영을 채워줄 물질적인 것들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마태 6,30-31)
 

7월 16일 개봉

서빈 미카엘라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극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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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2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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