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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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82) 테스와 보낸 여름

휴양지에서 펼쳐지는 성장 힐링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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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열매가 달린다는 의미일까. 이 영화는 확실히 그랬다. 10대 소년, 샘에게 인생의 소중한 것들이 열리기 시작한다. 아직 푸른 열매지만.

모두 알고 있지만, 성장 영화에는 잊고 사는 것들을 젊은 시선으로 질문하며 커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깨달음을 찾아 나선 이를 ‘푸른 눈을 지녔다’고 칭하는가보다.

샘은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러 휴양지로 간다. 아이보다 더 즐겁게 노는 아빠와 형이 공차기를 하지만 샘은 모래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있다. 사람도 동물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되뇌면서. 샘의 고민은 언뜻 죽음인가 싶지만, 그보다 더 깊다. 막내인 자신이 마지막으로 남을 텐데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까 하는 문제이다. 결국, 매일 2시간, 4시간 시간을 늘려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할 계획을 세우고 혼자 지내려 한다. 샘의 철학적 고뇌가 보는 이를 웃게 하는 것은 큰 주제를 들고 나름 다룰 수 있는 양 진지하고 골똘하기 때문이다.

이런 4차원인 샘이 더 4차원을 사는 또래 소녀 테스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복선으로 흐른다. 테스는 자기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멋진 계획을 세웠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고 차근차근 움직여가는 것이다. 어른들이 애써 모른 채 피하는 문제들을 천진하고 명랑한 소년소녀는 묻고 마주한다. 당연히 난감한 상황들이 뻥뻥 터지지만.

휴양지의 시끌벅적 즐거운 분위기 속에 두 아이의 진지한 놀이가 녹아들고, 가족들이 보여주는 코믹함으로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 사건 사이사이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감독이 지닌 미학적인 자질까지 가늠하게 한다.

이 영화는 네덜란드 영화이다. 언젠가 네덜란드에 잠깐 들렀을 때 그곳이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윤리적으로 많은 것이 허용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그 나라의 법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좋은 정책이나 자유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흐르는 거리를 보면서 일상적인 저 수고가 사회를, 삶을 건전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를 보며 자유가 우리에게 방종을 줄 것 같지만, 오히려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크고 일어난 문제에 대해 많이 따지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이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해결해가는 성숙함을 샘과 테스,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테스는 자신이 원했던 결과를 얻었고, 샘 역시 길게 인생을 살아온 어르신으로부터 문제의 답을 얻는다. 인간은 기억을 먹고 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많이 쌓으면 그 기억으로 인해 결코 인생이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샘은 사람들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소년답게 논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안고 있다. 어떤 질문을 품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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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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