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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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93)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침묵과 기도로 주님께 향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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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 속에서 엄격한 카르투시오 헌장을 따라 침묵과 고독, 스스로 선택한 가난의 삶을 살아가는 사제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인터넷은 물론 라디오, TV 등 세상과의 소통은 차단한 채 침묵과 노동, 기도로만 일생을 보내는 수도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을 기획한 김동일 감독은 “수도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수도자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제들의 기도와 침묵이 방해되지 않도록 조명이나 동시녹음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과 촬영감독은 수도원의 규칙을 지키고 매일 진행되는 아침 미사와 밤 기도에도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의 일상과 수도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 묵음에 가까울 정도의 적막한 수도원에서 가끔 들리는 자연의 소리와 종소리는 아름답고, 수도자들의 그레고리안 성가는 과하지 않아 더욱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해설이나 배경음악을 사용하는데 이 영화는 자막으로 카르투시오 헌장을 보여주며 수도원 생활에 이해를 도왔다. 이 방법은 봉쇄수도원의 분위기에 잘 맞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사랑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예수님과 닮아가기 위한 삶을 실천하는 것이므로 수도자들은 부족함을 느끼지도, 스스로를 특별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영화 중간중간 보여주는 사제들의 긍정적인 생각과 여유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모든 것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의탁했다’는 독일 출신의 야곱 신부는 오랜 시간 피부암을 앓고 있지만, 그의 유머러스한 행동과 천진난만한 얼굴은 언제나 평화롭다. 작년에 종신서원을 한 한국 신부가 A4용지에 가로세로로 한 줄씩 그려 넣은 십자가를 방 벽에 붙여놓고 기도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무료진료 병원에서 아픈 이들을 돌보는 누나 수녀에게 “가난한 분들을 위해 직접 봉사하지 못해 아쉽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누나 수녀는 “가난한 이들을 볼 때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부님을 생각한다”고 해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하느님의 사업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 준다. 온 세상에 하느님이 살아계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비오 신부. 아픈 이들을 위해 방바닥이 닳아 흔적이 남을 정도로 기도하시는 라파엘 신부를 보며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과 지향점을 되돌아보게 하고,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가난했던 예수를 따르고 세상의 가난한 이웃들을 더 이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난과 결핍을 선택한 수도자들.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카르투시오 헌장 33-4)’ 라며 우리를 대신해 끝없이 기도하는 수도자들의 인간 사랑에 머리가 숙여진다. 엔딩 크레딧 뒤 영상에 “모든 일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고통과 영적 결핍도 필요하다”는 야곱과 라파엘 신부의 대화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우리의 영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우리를 대신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는 열한 분의 사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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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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