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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63) 전례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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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품식 전날, 많은 형제들이 모여서 전례 연습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서원식이나 서품식은 예식이 시간적으로 길기도 하지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 인간적으로 말해서 전례가 좀 어렵습니다. 또한 수많은 신자분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제대로 연습을 잘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전례 준비에 있어서는 대상자들뿐 아니라, 복사 연습을 하는 형제들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됩니다.

아무튼, 다음 날 오후에 서품식이 거행될 대성당 맨 뒷자리에 앉아서 서품식을 준비하는 전체 과정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보니, 예전에 내가 전례 담당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내가 전례 담당을 할 때를 생각하면, 연습 전에 잔소리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형제들 이렇게 좀 해라, 저렇게 해라!” 혹은 “형제들 이렇게는 하지 마라, 그렇게 좀 안 하면 안 되냐!” 복사 연습이 잘 안 되면 더 큰 소리로, “야, 여기 놀러왔냐. 서품식과 종신서원식이 얼마나 중요한데, 정신 좀 안 차릴래!”

심지어 잔뜩 긴장하고 있는 서품 당사자 형제들에게도 “넋 놓지 말고, 장난도 치지 말고…. 집중을 하라니까, 집중!”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에 내가 전례 담당자로서 복사 연습을 할 때마다 수도원 형제들을 얼마나 들볶았는지….

당시의 살벌하고, 엄숙하고, 장엄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날 우연히 전례 연습을 하고 있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니, 우선 전체적인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습니다.

순간 나는 마음 속으로 ‘저러다 오늘 내로 전례 연습 끝나겠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례 담당 형제와 서품 당사자들, 그리고 복사를 맡은 형제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야, 저러다 내일 당장 예절 중에 자기 차례를 잊어버려서 실수하면 어쩌지. 틀리면 사람들에게 분심을 줄 텐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웃을 때 웃고, 떠들 때에는 떠들다가도, 다시 전례의 한 부분을 연습할 때면, 형제들 모두가 알아서 집중했고, 전례 담당자의 말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서품식 전례 연습을 하니, 복사 연습도 일찍 끝났을 뿐 아니라 형제들이 마음 상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서품 당사자들도 마음에 큰 위안을 갖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날 서품식도 잘 끝났고요. 멋있게 말입니다.

요즘 세대 차이로 소통이 잘 안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우선 자신의 언어 습관을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특히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말투가 있습니다. 그건 ‘해라’의 명령적인 말투도 아니고, ‘하지 마’라는 부정형, ‘이래라, 저래라’의 잔소리, ‘정신 좀 차려라’는 협박도 아닙니다.

함께 있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헤아리고, 순간순간의 긴장을 잘 조절하며 산다면, 지금 내가 있는 자리, 누구랑 무슨 일을 함께해도 그 자체로 좋은 시간이 되고, 더 좋은 효과가 나올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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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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