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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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문창우 주교 서품] 두 차례 장대비 쏟아진 제주의 밤, 새 목자 탄생에 기쁨 가득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서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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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우 주교가 서품식 중 신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감격해 눈물을 닦고 있다.

▲ 강우일 주교가 문창우 주교를 포옹하며 부교구장 탄생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문창우 주교의 부모 문종수 옹과 김영희 여사가 앞자리에서 예식을 지켜보고 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인 15일,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서품식이 거행된 제주시 한림읍 삼위일체대성당 야외 성당은 제주 출신 첫 주교를 맞는 제주교구민들의 기쁨과 기대가 넘실대는 일치와 화합의 한마당이었다. 서품식 행사 도중 장대 같은 비가 두 차례나 쏟아졌지만 3500여 명의 참석자는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문 주교의 수품을 한마음으로 축하하면서 거룩한 목자가 되기를 기도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한 서품식

야외에서, 그것도 저녁 8시에 주교 서품식을 하는 것은 한국 교회사상 유례가 드문 일. 이는 교구민이 삼위일체 야외 성당에 한데 모여 성모의 밤(5월)과 묵주기도의 밤(10월) 행사를 개최해온 제주교구 전통에 따른 것이다. 교구 관계자는 “교구 큰 잔치에 될 수 있으면 많은 교구민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품식 장소와 시간을 이렇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가난과 소박’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서품식에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하는 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부교구장 문 주교의 뜻에 따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세월호 가족, 탈학교 청소년, 제주 4ㆍ3 관련 단체 회원, 생태환경 활동가 등이 맨 앞자리에 앉았다.

강정마을 주민 방은미(요하네스 보스코)씨는 “문 주교님은 한 달에 한 번 꼭 강정마을에 오셔서 미사를 집전하실 정도로 강정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셨다”며 “저희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분이 주교님이 되셔서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고 기뻐했다.

서품식에 함께한 문 주교의 부모 문종수(요셉, 86, 제주 동광본당)ㆍ김양희(아가타, 84)씨는 “오늘 새벽에도 문 주교를 위해 기도를 바쳤다”면서 “문 주교의 서품은 가족과 교구뿐만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옥심(율리아, 서귀복자본당)씨는 “문 주교님이 불쌍하고 어려운 이들을 잘 돌봐주시고, 비신자와 다른 종교 신자들, 냉담 교우에게도 가까이 다가가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주교구는 이날 영성체를 하는 신자들에게 문 주교의 문장이 새겨진 묵주를 하나씩 나눠줬다. 제주교구 출신 첫 주교 탄생을 축하하는 선물로, 묵주 제작 비용은 제주교구 전체 사제 50여 명이 똑같이 분담해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보 주교

서품식은 문 주교의 겸손하고도 인간적인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 두 시간 전에 서품식장에 도착한 문 주교는 행사장을 돌며 미리 도착한 신자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신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편안한 형ㆍ오빠 같은 문 주교와 함께 사진을 찍는 신자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동이 넘쳐 흘렀다.

문 주교는 눈물도 많았다. 미사 중 서품식 예절을 마치며 한국 교회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눈 문 주교는 제대 정면과 좌ㆍ우편에 있는 사제와 신자들에게 깊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는 문 주교의 눈에는 감격과 감사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신자들은 그런 문 주교에게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지난 6월 28일 주교 임명 발표 순간에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문 주교다.



축하말 대잔치, 많은 기도 부탁

서품식에 이어 열린 축하식은 제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용삼(베네딕토) 회장과 여성연합회 김옥자(헬레나) 회장이 문 주교에게 영적 선물과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진 축사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문 주교님의 성품을 잘 드러내는 사목표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는 한국 사회의 아픔과 갈등을 품어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한다는 의미”라며 “문 주교님이 양 냄새 나는 좋은 목자로서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릴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한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스프리치(주한 교황대사관 참사관) 몬시뇰이 대독한 축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비로운 아버지인 주교는 기도하고 가르치고 하느님 백성을 다스리는 직분을 수행한다”며 특별히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문 주교가 주교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청했다.

“울보 주교님의 주교 임명을 환영한다”는 애정어린 놀림으로 참석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문 주교님의 눈물은 감사의 마음과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연민을 담은 눈물”이라면서 “서품식 때 제단에 엎드려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것처럼 교구에 선익이 되는 주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사제와 신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계신 주교님께서 영성과 실천이 조화로운 제주교구를 이뤄 가실 것으로 믿는다”며 제주도민과 함께 소통과 공감의 공동체,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제주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 줄 것을 기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을 대표해 제주교구 출신 첫 주교를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한국 교회에 감사드린다”면서 “문 주교님을 통해 제주가 가진 아픔을 치유하고 축복을 펼침으로써 진정한 평화의 섬 제주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고용삼 제주평협 회장은 “문 주교님이 주교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열과 성을 다해 보필하고, 주교님께 가장 큰 선물이 될 기도도 끊임없이 이어가겠다”며 겸손하고 다정다감한 모습 그대로 교구민을 잘 보살펴 주기를 희망했다.

서품식 준비위원장 양영수(교구 총대리) 신부는 “문 주교님이 기도와 화합을 강조하신 전임 교구장 김창렬 주교님과 소공동체와 제주민의 치유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강우일 주교님의 뜻을 받들어 부교구장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사제단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축하식은 문 주교가 요청한 포콜라레 성가 ‘나의 정배’를 교구 연합 성가대가 합창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주교들은 인근 주교회의 엠마오 연수원으로 옮겨 조촐한 축하연을 갖고 문 주교의 서품을 다시 한 번 축하했다.

글ㆍ사진=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

이정훈 기자 sjunder@ 오상철 명예기자 os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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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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