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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식별의 중요성 강조한 이유

기획 - 영적 식별과 시대의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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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1491~1556) 영성은 식별의 영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귀족 가문 출신의 기사 이냐시오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와 영적 독서를 하던 중 아기 예수를 안고 계신 성모 마리아 환시를 체험하는 순간을 형상화한 실물 크기 부조(스페인 기푸스코아 지방의 로욜라 생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이나 메시지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식별’이다.

지난 성소주일 담화는 영적 식별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앞서 3월에는 기도 지향을 ‘영적 식별 교육’으로 정하고 “교회가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영적 식별 교육이 시급함을 인식하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주님의 위로와 거짓 예언자들의 값싼 힐링을 구별하라고 당부하면서도 식별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10월에 소집한 세계주교대의원회(세계 주교 시노드)의 정기총회 주제(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에도 식별이 비중 있게 들어가 있다. 교황은 “교회 삶 안에 식별을 더 강하게 끌어들이기 위해” 이같이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정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계속 논란이 되는 이른바 비정상적(irregular) 상황에 처한 가정에 대한 문제도 결국은 식별의 문제다. 미혼ㆍ재혼 등으로 상처 난 가정의 “다양한 상황을 지나치게 엄격한 틀에 맞추지 말고” 잘 식별해서 영성체의 길을 열어줬으면 하는 것이 교황의 바람이다.

하지만 식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신학적 주제다.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개념이 식별이다.

영적 식별 혹은 영신 식별은 예수회 설립자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영성의 핵심 주제다. 따라서 교황이 말하는 식별은 자신의 영성과 사상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교황은 ‘예수회 DNA’를 갖고 있다. 1958년 예수회에 입회해 주교가 되기 전까지 예수회원으로 살았다. 식별은 간단히 말해, 악의 영향을 떨쳐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빛으로 올바른 행동 양식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바를 찾아 실천에 옮기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냐시오는 「영신 수련」에서 선신(善神)과 악신(惡神)을 구분했다. 선신은 성령과 천사를 의미한다. 반대로 악신은 세속적이고 육적이며 악마적인 것에서 오는 생각이나 충동으로 보았다. 전통적으로 유혹의 원천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영신 식별의 요점은 가령 어떤 생각이나 충동, 내적 이끌림이 선신에게 오는 것인지, 아니면 악신에게서 오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즉 하느님의 뜻을 찾는 노력이다.

그러려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기도이다. 객관적으로 좋은 생각이나 충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나(공동체)에게 원하는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 뜻을 찾는다는 것은 성령께서 더 친밀하고 자유롭게 활동하시도록 공간을 비워두는 것을 의미한다. 교황이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자유롭게 활동하시게 하라”고 일갈하는 것은 이와 연관돼 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사람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는 자신이 식별하고 결정하려는 문제(구체적 현실)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춰주기를 성령께 청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제돼야 할 것은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바꾸는 결단, 즉 회심이다. 또 하느님 뜻이 드러나면 그것을 반드시 실행에 옮기겠다는 실천 의지도 전제돼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내적 체험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깊이 성찰하면, 하느님께서 당신 뜻을 드러내 주신다고 이냐시오는 믿는다. 이냐시오 영성은 이런 과정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 성령의 이끄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리사욕에 의한 것인지 일정 기간 지켜볼 것을 요구한다. 악마가 ‘빛의 천사’로 위장하고 다가와서 내면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식별의 과정은 교회 공동체가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대의 징표에는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다.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는 것은 현시대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의 계시가 주는 의미가 무엇이고,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당신 현존을 어떤 방법으로 드러내길 원하시는지를 헤아리는 것이다.

시대의 징표 해석은 사목자들에게 더욱더 요구되는 의무다. “우리 시대의 다양한 언어들을 주의 깊게 들으며, 분별하고, 해석하며, 그리고 이를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판단할 줄 아는 의무는 … 사목자와 신학자들에게 더 요구된다.”(「사목헌장」 44항)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사목방문 중 식별을 할 때 세속의 기준을 따르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세속성은 세속의 기준을 사용하고, 그 기준을 따르고, 그 기준에 기초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즉, 식별하는 데 있어서 세속의 기준을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교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가 식별”이라며 식별 능력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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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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