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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매사에 의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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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매사에 의욕이 없어요

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매사에 의욕이 안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도 끝까지 몰려서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까지 일을 미루다가 간신히 처리하곤 합니다. 여유 있는 시간에도 그저 멍하니 있다가, 머릿속으로만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특별히 무슨 엄청난 일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답변】무기력은 지친 영혼 돌보라는 강력한 경고

혹시 “에이 내가 할 수나 있겠어! 안 할래. 말해도 소용없잖아, 아예 관두자. 결국 다 내 탓일 텐데, 안 해. 뭐 달라지겠어, 대충하지 뭐. 어휴, 생각만 해도 귀찮아. 그냥 잠이나 자야지”라고 하면서 오늘도 하루를 보내고 계십니까?

개인적으로 큰 스트레스나 사건이 없더라도 현대사회는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기에 참 어려운 구조이긴 합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모든 것을 따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계획해서 일을 시작해도 언제나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국제적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의심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스스로를 강요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삶은 점점 지쳐갑니다. 그리고 무기력감이 생기게 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과 동료 연구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회피 학습을 통해 공포의 조건 형성을 연구하던 중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즉, 누구라도 어떤 문제로부터 회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한 경험은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회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서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게 한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습된 무기력’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 댄싱스네일은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를 통해 인생에서 슬럼프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소한 작은 행동들이 생각보다 삶에 큰 도움이 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주말 하루쯤은 가만히 누워 확실히 게으르게 시간 낭비하기, 자기 전 옥장판 위에 누워 귤 까먹으며 드라마 보기, 나의 좋은 점들만 거침없이 확대 해석하기, 될 수 있는 한 움직이지 않기’ 등과 같이 누구라도 쉽게 하던 삶의 소소한 일상에 진지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누려보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 어느 하루 ‘멍 때리기’를 의미 있게 해보십시오. 실제로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기력은 지쳐있는 내 영혼을 돌보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종종 말에서 내려 뒤를 바라본다고 합니다. 너무 빠르게 달려서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했을까 잠시 서서 기다려 준다고 하네요. 달리는 말조차도 잠시 쉬어야 하고, 자동차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릴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우리의 영혼이 지쳐 있는데, 쉼 없이 달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게 피정이 아닌가 합니다.

피정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 자기 성찰 등으로 ‘안 되면 말고, 될 대로 되라’라고 살았던 우리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루가 무기력하게 지나가고 있습니까? 그런데 잘 생각해 보십시오. 하루를 돌아보면 우리가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무기력을 느끼고 있는 것도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 ‘그저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보시면 어떠신지요?

※ 질문 보내실 곳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catimes.kr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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