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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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모순 속 하루살이 삶에서 섭리를… 아멘!

방글라데시 꽃동네<4> 안정현 수녀(예수의 꽃동네 방글라데시 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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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꽃동네<4> 안정현 수녀(예수의 꽃동네 방글라데시 분원)

▲ 기름과 쓰레기가 뒤범벅 된 강물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노는 아이들.



오늘도 아침부터 푹푹 찐다.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이긴 하지만, 기온은 벌써 섭씨 40도를 넘어 찜통더위다. 습도 또한 80를 넘어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가 힘겹게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수시로 끊기는 전력 사정 때문에 그 선풍기마저도 무용지물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방글라데시 꽃동네에서 살아가는 열여섯 명의 가족들과 성 요한 학교에서 공부하는 130명의 학생, 그리고 장애인 특수학교인 희망 학교에서 공부하는 20명의 아이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저마다 가슴 한쪽에 멍울 몇 개쯤은 안고 살아간다. 특히 이슬람과 힌두 사회에서는 장애인이나 과부가 된 여자는 죄인 취급을 한다. 이들은 신의 저주를 받아 장애를 안게 됐고 과부가 됐기에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니 장애인 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주로 해외 원조 기관이나 수도회에서 시작하지만, 그나마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이런 형편인데 예수님께서는 이미 2000년 전에 괄시받던 고아나 과부, 장애인들을 먼저 찾아가 치유하시고 위로해 주신 것을 생각하면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다.

▲ 장애인 특수학교인 희망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방글라데시의 장애 학생들.



길거리를 떠돌던 아이를 데려와 마음의 안정을 찾아 주고,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학교에 보내 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도 크다. 때로는 아이가 학교에서 일등을 해 오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2011년에는 꾸질라바리 꽃동네에 장애인 아동 교육을 위한 희망학교의 문을 열고 교육을 시작했다. 현지인 교사 2명이 20명의 장애인 학생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교육하고 있다. 수업하는 광경은 한국의 음성 꽃동네 특수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환경이나 시설이 부족할 뿐 공부하는 모습이나 아이들 표정은 똑같이 해맑고 개구지다.

방글라데시는 주민들이 거저 받는 일에 익숙하다. 그리고 당당하다. 학교를 열고 장애 아동에게 교과서와 교복, 모든 편의를 제공하면서 와서 공부하라고 하면 그에 덧붙여 교통비나 다른 것들을 요구한다. 충분히 그 정도는 할 수 있는데도 손만 벌리는데 화가 나 “그러면 오지 말라”고 하면 다음날부터 온다.

방글라데시 다카에는 곳곳에 빈민촌이 있다. 이 더운 곳에서 양철판으로 얼기설기 엮은 집들은 그 열기가 오죽하랴마는 일거리가 없는 남자들은 움막 속에서 대낮에도 뒹굴고 있기 일쑤다. 밤이 되면, 빈민촌은 범죄가 들끓는 곳이 되기도 한다. 저녁에는 현지인 운전기사도 빈민촌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입구 저 만큼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나눠줄 물건을 운전기사에게 운반하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해도 망설인다. 때로는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해맑다. 어느새 주머니에 손이 들어와 다 꺼내 가지만, 수도자들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이라곤 묵주밖에 없기에 아이들은 이내 실망하면서 “이게 뭐냐”고 해맑게 웃으며 묻는다.

방글라데시는 ‘물의 나라’라고도 한다. 갖은 지류가 그 유명한 갠지스 강에 모여드는 삼각주에 위치한 것도 이유지만, 우기가 되면 전 국토의 80가 저지대인지라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골목을 맨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그래서 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데, 자동차보다 배가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강은 기름과 쓰레기로 오염됐고, 아이들은 그 기름과 쓰레기투성이 강에서 수영하며 논다. 고추를 다 내놓고 놀다가도 외국인을 만나면 잽싸게 달려와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 큰 눈을 껌벅이고 멋쩍게 웃으며 내미는 손에 적은 돈이라도 올려 지면, “어넥 돈노밧”(정말 고맙습니다)하고 외치며 달려가는 뒷모습이 참 정겹다.

꽃동네가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지 10년이 됐다. 한국에서처럼 가난하고 병들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맞아들여 보살피고 치료하며 살아가지만, 거리의 아이들은 너무도 많다. 설사 부모가 있더라도 방치된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 거리에 쓰러진 중환자와 행려병자도 널려 있다.

해야 할 일은 넘치지만, 방글라데시의 환경은 모든 것을 어렵게 한다. 방글라데시 공식 언어인 벵골어를 배워야 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정 처리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 해맑게 웃는 빈민촌 아이.



그렇다고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에 찌들었지만, 애틋한 가족애가 있고, 가슴 짠한 감동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들도 눈에 들어온다. 견디기에 힘겨운 날씨와 생활 환경,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도, 삶에 지친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모습을 마주할 때면 모든 어려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

방글라데시 꽃동네에서만 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가족들도 있고, 예수님께서 이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특별히 사랑하신다는 것을 기도할 때마다 깨닫는 상황에도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아주 소중한 가족들과 하루하루를 엮어가는 일이 하느님의 하루살이임에 감사한다.

“하느님, 삶에 지친 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크신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아멘!”

도움 주실 분(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방글라데시 분원)

우체국 301341-05-000409(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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