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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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만남, 기쁨과 행복 전하는 하느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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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를 방문해 기도해주고 있는 김현진 신부.

▲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필자(왼쪽에서 세 번째).

▲ 환자 방문 후 가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필자.













지난 9월 초, 멀리서 귀한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에서 선교하는 신부님들이 과테말라를 방문하신 것입니다.

과테말라가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워낙 치안이 안 좋은 부분만 부각돼 있어 이렇게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신부님들의 방문은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신부님들께선 약 1주일간 머무시면서 미사도 같이 드리고 신자들도 함께 만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교 생활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나누며 기쁨 가득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부님들이 떠나신 후, 며칠 뒤 반가운 문자가 왔습니다. 선교지에 잘 도착하셨고, 과테말라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 행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오히려 저를 방문을 해주시고 힘과 응원을 주신 것에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분들께서 저에게 고맙고 행복했다는 말씀을 해 주시니 문득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성모님의 모습’(루카 1, 39 참조)이 떠올랐습니다.



하느님 안에서의 방문

예수님을 잉태하신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해 인사말을 건네실 때,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기쁨의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 태중에 있던 아기 역시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성모님 또한 엘리사벳의 인사에 대한 화답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모찬송을 노래했습니다.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한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이뤄진 기쁨의 전달이며, 행복의 나눔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가신 것과 달리, 저를 방문해 주신 신부님들께서는 1주일밖에 함께 있지 않았지만, 머무름의 기간을 넘어서서 그 방문 자체가 저에게 그리고 그분들에게는 기쁨과 행복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하루에 몇 번씩 누군가를 만나고, 인사를 나누며 지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그러한 만남이, 그러한 방문이 서로에게 기쁨과 행복을 나눠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성령 안에서 느꼈던 것처럼, 그리고 과테말라에서 저와 신부님들이 나눴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만남 안에서 서로에게 힘을 주고, 행복을 전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 역시 제가 사는 삶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과 행복을 나누고 있는가를 돌아봤습니다.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

저는 매주 마을 환자들을 방문하며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론 그 시간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이곳의 의료시설이나 복지 시설이 한국만큼 잘 돼있지 않기에, 온몸이 비틀어지신 분, 눈이 멀어 못 보시는 분, 청력을 잃으신 분, 다리가 구부러져 걷지 못하시는 분 등 정말 아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성당에 나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찾아가는 것이 큰 힘과 위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방문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을 나눠 주는 상호적인 것이라면, 저 역시 환자 방문을 통해 그분들의 큰 사랑과 기쁨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도 오전에 환자 방문을 하는 날이라서, 봉사자들과 함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한 곳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사시는 곳인데, 한 분은 앞이 안 보이지만 말씀을 하실 수 있고, 다른 한 분은 시력은 정상이지만 듣지를 못하십니다. 분명히 많은 불편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인사를 드리며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앉아 계시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십니다. 반갑게 두 손을 꼭 잡아주시고 고개를 숙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연달아 하십니다. 환한 미소로 음료 한잔이라도 챙겨 주시려는 마음에서 그분들 안에 가득한 기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가정은 중풍이 걸려 늘 자리에 누워계시지만 그래도 제가 찾아가면 어떻게든 일어나서 구부러진 팔로 십자성호를 그으려는 모습에서 그리고 제대로 표정을 지을 수 없음에도 그 눈빛에서 반가움과 감사함의 감정을 하나하나 읽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명 저는 이러한 만남 안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큰 사랑과 기쁨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만남이라는 큰 선물

선교라는 만남의 자리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 선교를 나왔을 때는 ‘무엇을 나눠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제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선교를 나온 것이기에, 사제로서 어떠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선교라는 것은 결코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인간적으로 보이는 부족함을 넘어서 하느님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나누고 행복이 되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마을에서 이뤄지는 모든 만남은 남녀노소를 떠나 저에게 큰 선물이 되고 축복이 됩니다.

제가 과테말라에서 체험하고 있는 만남이라는 축복, 특히 하느님 안에서 이뤄지는 만남과 방문은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물질적인 모든 것을 떠나 그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며 은총이고 사랑입니다. 꼭 과테말라가 아니라 한국 교회 안에서도, 한국에서의 삶에서도 우리는 각자 수많은 만남을 이루며 살아갈 것입니다.

하루하루 우리의 삶 안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만남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랑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처럼, 누군가의 방문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나 역시 나의 방문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할 수 있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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