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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두 아이 입양한 정복임ㆍ현교진 부부

"아이들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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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 나가 "아이들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외치고 싶다"는 정복임ㆍ현교진씨 부부.
사진은 3년 전 인천교구 산곡3동성당에서 가슴으로 낳은 딸 수연이와 아들 지호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정씨 부부와 두 아들이다.
양 옆에 선 두 아들(왼쪽 준호, 오른쪽 동호)은 배 아파 낳은 자식으로, 수연이와 지호를 키우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IMF로 경제적 고통 겪으면서도 가슴으로 낳은 두 아이 사랑으로 키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이 있어요. 우리 수연이랑 지호는 더 아픈 손가락이에요."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정복임(마리안나, 53, 인천교구 산곡3동본당)씨는 "두 아이가 엄마 아빠를 모르고 시설에서 살았을 거라 생각하면 눈물이 난
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서 아기 돌보는 봉사를 하던 정씨는 1998년 말 처음 수연이(노엘라)를 만났다. IMF 직후였던 당시 입양원은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바글바글했고, 수연이도 그중 한 아이였다. 게다가 수연이에게는 심방중격결손이라는 심장병이 있었다. 정씨 부부는 수연이가 가정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잠깐 맡아줄 요량으로 수연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잠시 돌봐주는 위탁부모였다.

 그런데 다 큰 고등학생 아들 두 명이 난리가 났다. 아내와 엄마만 바라보던 남자 셋(남편과 아들)은 수연이를 보느라 신이 났다. 아들들은 서로 기저귀를 갈아주고 청소까지 도맡았다. 정씨 부부는 결국 수연이 가족이 돼주기로 하고 수연이를 호적에 올렸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새 생명의 미소로 가정엔 활기가 넘쳤다. 수연이 표정 하나에 온 가족이 까르르 넘어갔다. 그러나 딸의 심장병 수술비를 심장재단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 거란 계획이 무산되면서 일이 꼬였다. 당시 대기업에 근무하던 남편 현교진(도미니코, 55)씨 월급이 IMF 여파로 밀리기 시작했다.

 정씨 부부는 전세금을 빼 수연이 수술비로 썼다. 그리고 다섯 가족은 시흥시 은행동에 있는 월세방으로 옮겼다. 남편은 낮에 공사현장으로 출근했고, 밤엔
택시기사로 일했다.

 아내 정씨는 조그만 치킨집을 차리고 밤낮으로 닭을 튀겼다. 두 아들은 번갈아가며,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하거나 집에서 수연이를 돌봤다.

 정씨는 무더운 여름, 180℃가 넘는 기름 앞에서 닭을 튀겨내며 기도했다.

 "하느님, 정말 이건 아니죠…."

 공부해야 할 고3 막내아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러나 아들은 "지금 대학이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은 우리 가족이 하나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엄마의 눈물을 쏟게 했다.

 정씨는 "짧고도 길었던 8개월은 은총이 가득했던 암흑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때 치킨을 드셨던 손님들은 우리 치킨집을 `가족이 하나 된 집`으로 기억할 거예요. 무엇보다 저희는 두려움이 없었고 신앙 안에서 씩씩했으니까요. 정말 하느님은 짊어질 수 있는 십자가만 주신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어요."

 2003년 정씨 부부는 3개월된 아들 지호(사무엘)를 또 입양했다. 부부는 수연이를 키우며 아이에게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토피가 말썽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 지호는 밤새 긁느라 잠을 못 잤다. 아토피 책을 찾아 읽고, 유치원 도시락도 유기농 식단으로 싸줬다. 차라리 심장병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토피는 고통스러웠다. 그는 힘들 때마다 성당 성체조배실로 달려가 하느님께 "사람을 잘못 보셨다"며 통곡했다. 세상 사람들은 "그 시간에 돈을 벌지 늦은 나이에 왜 아이를 키우냐"며 비아냥댔다.

 그러나 정씨 부부는 고통 속에 숨은 은총을 발견할 줄 아는 눈이 생겼다.
 부부는 "나 혼자만을 위해 아등바등 살다 죽는 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며 "네 아이의 부모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주신 것에 가슴 저리도록 감사하다"고 했다.

 심장병을 앓던 수연양은 건강하게 자라 어엿한 중학생이 됐다. 한번은 수연이가 울면서 "왜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버렸느냐"고 물었다. 정씨는 이렇게 답했다.

 "부모님은 절대 너를 버린 게 아니야. 사정이 있었던 거지. 너는 얼마나 좋으니? 너를 낳아준 젊은 엄마도 있고 나이 든 엄마도 있고. 너 울고 싶을 때 엄마가 같이 울어줄게. 아니 아빠도 오빠들도 다 같이 울 거야."

 초등학교 3학년인 지호는 요즘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느라 신이 났다. 지호는 지난 어버이날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감사편지를 써서 건넸다.

 정씨는 "요즘 수연이가 사춘기를 겪고 있어 서로 티격태격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서 "엄마의 갱년기와 딸의 사춘기가 겹칠 줄 누가 알았겠냐"고 되물으며 밝게 웃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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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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