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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겨울 사제수품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어떤 사제로 살아갈 것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사제로 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 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깨달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요한복음 15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15,9) 하시고,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15,11)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 사랑 안에 머무름으로써 주님 사랑을 느끼고 알게 된다면 우리 마음은 무한한 영적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이런 노래를 자주 흥얼거렸습니다.
"세상에 외치고 싶어, 당신이 누구신지. 세상에 외치고 싶어, 깊고 크신 사랑. 세상 사람 다 알게 되리. 왜 내가 늘 기쁜가. 진정 그들은 놀라리라. 내겐 두렴 없음을. 세상에 외치고 싶어, 당신이 누구신지. 세상에 외치고 싶어, 주의 크신 사랑. 주의 크신 사랑."
저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후, 그러니까 7년 전, 주교로 임명되면서 사목 표어로 영광송의 후반부인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를 선택하였습니다. 이 기도문은 우리가 너무나 자주 기도하는 것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늘 내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말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제수품과 주교수품 때 서원한 처음의 마음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실현되기를, 그리하여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시고 그 나라가 영원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라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저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칠 즈음에 사제성소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처음 받았을 때의 그 설렘과 뜨거움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드디어 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을 때 제대 앞에 엎드려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고자 했던 그 첫 마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갑작스레 주교로 임명받고 곧이어 주교품을 받을 때 그 당황스러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지만, 하느님의 뜻이 나를 통하여 조금이나마 실현될 수 있도록 그분의 충실한 도구가 되자고 다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의 이러한 마음이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이어지기를 늘 기도합니다. 또한 그분의 뜻과 나라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