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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맛에 삶의 희망 담아 전하는 탈북 선배들

남부하나센터 소망두레봉사단, 북한이탈주민 등에 반찬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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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 여성들로 이뤄진 소망두레봉사단이 이웃 북한이탈주민에게 전해질 반찬을 조리한 뒤 일일이 밀폐용기에 담아 한빛종합사회복지관장 권구택(왼쪽에서 세 번째) 신부, 이금안(왼쪽) 사회복지사 등과 함께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쌀가루 풀을 쓰지 않고 젓갈 대신 해산물을 넣는 함경도식 김치에 얼큰하고도 새콤한 맛이 단맛과 어우러지는 명태 식해와 명태 깍두기, 절인 무 등 북한 음식이 풍성하게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여기에 명란젓과 오징어젓, 멸치볶음 등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북한식 조리 반찬도 곁들여진다.

새벽부터 장을 본 뒤 서울 양천구 신월4동 한빛종합사회복지관ㆍ남부하나센터 지하식당에서 정성 들여 조리한 반찬을 회원들이 플라스틱 밀폐 용기에 차근차근 담는다. 인근 북한이탈주민에게 전달될 ‘특별한’ 고향의 맛이다.

반찬을 조리한 회원들은 모두 탈북 여성들. 2010년 4월, 한빛종합사회복지관에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남부하나센터가 위탁 개설된 지 두 달이 지나 탈북 여성 6명이 만든 봉사단체인 ‘소망두레봉사단’ 단원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망두레봉사단은 지금까지 8년째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고향의 맛을, 지역주민에게는 따뜻한 반찬 나눔의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

설립 단원인 왕언니 김명숙(74)씨는 단체 설립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2002년 한국에 들어왔는데, 임대주택을 배정받고 나니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때 막막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그래서 같이 들어온 탈북 여성들과 반찬 나눔을 시작했어요. 별것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반찬을 만들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기회는 우리에게 정말 소중합니다.”

그 기억은 탈북 여성 김응복(46)씨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9월 신월동 임대아파트에 배정됐는데, 먼저 탈북한 선배들이 찾아와 전해준 반찬을 을 보고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그래서 저도 봉사자로 참여해 반찬 봉사를 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현재 소망두레봉사단에 참여하는 탈북 여성은 모두 20여 명. 식당 일로, 요양보호사 일로, 직장 일로 다들 바쁘게 살지만,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복지관에 모인다. 이들의 반찬 나눔은 양천구에서 연간 550만 원, 한빛종합사회복지관에서 70만 원을 지원받아 식자재를 사들이고 반찬을 조리하고 밀폐용기와 비닐 가방을 사들여 13가구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망두레봉사단은 농촌 일손 돕기에 연탄 배달 봉사, 서울시나 양천구, 이북5도 등 지자체 주관 행사에 김장 봉사를 하기도 하고, 북한음식 시식코너를 운영하기도 한다.

함북 회령 출신으로, 일가족이 모두 탈북에 성공해 정착한 정영희(보나, 52, 서울 등촌1동본당) 봉사자는 “명태 식해를 주로 조리하는데, 완전히 말리지 않고 꼬들꼬들한 명태를 잘게 썰어 간을 맞춘 뒤 사나흘 동안 숙성시킨 명태 식해는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자랑한다. 이어 “봉사라기보다는 한 달에 한 번씩이나마 고향의 맛을 전해준다는 보람과 기쁨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한빛 종합사회복지관장 권구택 신부는 “도움을 받기만 하던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조 모임을 만들어 새로 전입해오는 후배 이탈주민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돕는 모습은 사랑 실천 그 자체”라며 “특히 뒤늦게 들어오는 이탈주민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해 배달까지 해주며 후배 탈북 여성들에게 자긍심과 함께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사진=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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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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