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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만 키우면 뭐하나, 우리도 신앙 안에서 커야지”

서울 도림동본당 돈보스꼬유치원 조부모 사랑방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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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림동본당 돈보스꼬유치원은 조부모 사랑방 모임을 통해 할머니들의 영적 성숙을 돕고 있다. 사진은 성당 마당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할머니들.



자식을 대신해 부모 노릇을 하는 조부모가 많다. 이른 아침, 자식들이 출근하고 뚝 떼어놓고 간 ‘또 다른 새끼’들을 먹이고 입혀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로 데려다 준다. 관절은 퇴화했고, 기억력도 떨어졌다. 요일마다 아이들을 수영장이니 미술학원, 태권도 학원에 들여보낸다. 따뜻한 기운이 완연한 봄, 환갑이 넘은 할머니 다섯 명이 서울 도림동성당 교리실에 모였다.

“우리는 아이들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에요.”

육아 경력을 묻자, “5년 6개월” “올해 11월이면 만 9년” “횟수로 8년째” “지금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돌 지나고부터 계속” “작년에 며느리가 복직하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손자녀를 돌보는 이들은 2015년부터 매주 화요일 사랑방 모임을 하고 있다. 함께 성경을 읽고 복음을 묵상하며 신앙을 나누고 기도한다. 온전히 아이들에게 얽매인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다.

이들의 인연은 돈보스꼬유치원에서 조부모 교육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함께 교육받으며 자연스럽게 기도 모임으로 연결됐다. 이 사랑방 소공동체 모임은 관심사와 나이 등 비슷한 환경에 놓인 4~5명이 소공동체를 이뤄 신앙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재을(서울대교구) 신부가 오랜 사목 경험으로 고안해 낸 모임이다.

할머니들은 모임에서 손자녀를 돌보며 힘들고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아이들을 돌보며 겪는 자녀들과의 갈등을 주고받으며 서로 기도하고 조언해준다. 자식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주는 일이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고집과 의견을 내려놓기를 훈련하며 성모님을 닮아간다.

한 할머니가 “서운한 거 아들한테 이야기 못 하고, 며느리한테도 못 한다”고 하자, 다른 할머니가 말을 받았다. “딸은 편한 줄 알고 다 이야기하지만 싸우더라고요.”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외손주 4명을 돌보는 최정옥(율리안나, 68) 할머니는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았다. 손주를 성당 유치원에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사랑방 모임에 합류해 신앙을 갖게 됐다.

박용운(도미니카, 61) 할머니는 친손자가 태어난 날부터 9년째 부산에 있는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낸다. 객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박씨는 “맨날 아이들에게 ‘밥 먹어’ ‘늦었다’ ‘빨리 가자’ 이런 말만 하다가 여기선 신앙을 나눌 수 있어 기쁘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잠자기 전 며느리와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는데,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해준 일이 가장 보람 있다”고 털어놨다.

7살 외손녀를 돌보는 윤화숙(젬마, 64) 할머니는 “‘딸도 내 새끼, 사위도 내 새끼, 손녀도 내 새끼’ 하며 자식의 인생을 내 인생처럼 끌어안고 살았는데, 60평생 내 방식대로 체득된 자식을 사랑하는 법을 바꾸는 게 어려웠다”면서 “아이도 키워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 자식이 안쓰럽지만 내가 대신 삶을 살아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편해졌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아이들 크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행복하다”면서 “자녀들에게 ‘고생 많으셨죠?’ ‘감사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힘들었던 마음이 녹는다”고도 했다. 이어 “이런 조부모 모임이 유치원이 있는 성당뿐 아니라 다른 성당에도 생기면 많은 조부모가 신앙 안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방 모임을 돕는 윤혜정(스콜라스티카, 살레시오수녀회) 수녀는 “신앙적으로 잘 살려고 애쓰지만, 가정 안에 아픈 사람이 많다”면서 “기도하고 신앙을 나누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아, 회복과 성장을 통해 사랑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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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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