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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CNS】 남미 엘살바도르 군사 정권에 대항하며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로 나섰던 오스카 로메로(1917~1980년) 대주교의 죽음이 순교로 인정받았다.
교황청 시성성이 8일 회의에서 로메로 대주교가 신앙 때문에 순교했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9일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보도했다.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은 그동안 그가 신앙을 위해 순교했는지, 아니면 정치적 이유로 살해당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시복 추진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번 순교 안건이 교황에게 보고된 뒤, 교황과 추기경단 회의를 거쳐 교황의 최종 승인이 나면 로메로 대주교 시복이 이뤄지게 된다.
1980년 3월 미사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로메로 대주교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보수 성향의 사제로 권력층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1977년 산살바도르대교구장에 취임한 뒤 농민과 사목자들이 군부 정권에 의해 무참히 사살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민중의 편에서 권력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군사 정부의 무력 사용과 인권 유린에 비판의 칼날을 높이다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