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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저항 직면한 교황, ‘침묵’과 ‘기도’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 3일 아침 미사 강론 통해 밝혀, 전 주미 교황청 대사 비가노 대주교 발언과 연관

▲ '베드로의 후계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월 2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새 추기경 서임을 위한 추기경회의를 마친 후 성 베드로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아침 미사 강론에서 '침묵'과 '기도'를 강조했다. 평범한 강론 주제 같지만, 저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두 단어에 실린 무게는 상당하다.

"오직 스캔들과 분열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응답은 침묵과 기도입니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리는 온유합니다. 진리는 침묵합니다." 이날 복음은 그리스도가 나자렛 사람들의 의심과 분노에 침묵으로 대응한 이야기다.(루카 4,16-30 참조)

이날 강론은 전 주미 교황청 대사 카를로 비가노 대주교가 8월 26일 발표한 성명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이 미국의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면서 퇴위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언론에 뿌렸다. 매캐릭의 추기경직 사임으로 충격을 받은 미국 교회는 이 보도로 더 혼란에 빠졌다. 기자들이 이 성명서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교황은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 문서 안에 (진위가) 다 드러나 있다"고 대답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2년 전 정년(75세)으로 은퇴했다. 교황청은 '가족 중의 가족'인 전 교황청 대사의 행동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으나, 바티칸 내부에는 쓰라린 실망과 동요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명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고위 성직자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는 극단적 주장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로마 주재 언론들은 "비가노가 '폭탄'을 던졌다"며 이를 교황의 개혁 작업을 둘러싼 보수와 혁신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교황은 이혼 후 재혼자들에게 어떻게든 영성체의 길을 열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부 보수 성향 성직자들이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을 들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비가노 대주교도 그중 한 명이다.

이를 보수와 혁신의 갈등으로 이해하려면 예수회 출신의 베르골료 추기경이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출된 2013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콘클라베(교황 선출회의) 참석 추기경들은 역사상 최초로 유럽이 아니라 남미에서, 교구가 아니라 예수회 출신에서 새 교황을 찾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점을 예견하고 있었다. 교황은 피선 이틀 뒤인 3월 14일 선거인 추기경단과 봉헌한 미사에서 "함께 걸어가고, 교회를 세우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자.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일에는 많은 흔들림, 정확히 말하면 걸어가기가 아닌 다른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움직임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뒤에서 잡아당기는 움직임'은 여러 차례 노출됐다. 교황이 진취적 변화를 꾀하거나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할 때 공공연히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었다. 한 예로, 지난해 교황이 지역 교회 주교들에게 전례문 번역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과정에서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

교황은 어떠한 구조적 개혁이 일어나려면 태도와 사고방식부터 개혁돼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단체와 개혁을 강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된 사람들이지만, 그 중요한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야심과 허영에 매수되어 부패한 이들"(2017년 12월 21일 교황청 꾸리아 훈화)을 꾸짖었을지언정, 그들을 처벌하거나 교체하지는 않았다. 사라 추기경도 장관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교황과 미국 교회를 곤혹스럽게 하는 성직자 성추문은 적어도 25년 전에 일어난 과거사다. 그럼에도 교황은 우회로를 찾지 말고 위기를 정면 돌파하라고 주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아일랜드 주교들에게 "난관에 부닥쳐 '초라한 양 떼'처럼 느껴지더라도 낙담하지 마라. 시련은 쇄신의 기회"라고 말했다. 또 "정직과 성실을 통해 고통스러운 사안에 직면하기로 한" 주교들의 용기를 칭찬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은 최근 "아물지 않은 상처는 우리에게 결정적이고 확고하게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라고 재촉한다"고 한 교황 권고를 잘 받아들이고 위기를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교황은 3일 강론을 마치면서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에게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식별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시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9.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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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빵을 떼실 때에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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