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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냄새 나는 목자들, 추기경 되고 성인 되고

새 추기경 명단에 오른 알바니아 은퇴 사제 시모네 신부, 공산 정부 탄압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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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추기경 명단에 오른 알바니아 은퇴 사제 시모네 신부, 공산 정부 탄압 견뎌

▲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 냄새 나는 목자’라고 극찬한 성 호세 브로체로 신부.

▲ 교황은 안경을 벗고 울었다.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무언의 위로를 주고받았다.



교황을 울린 88살 신부가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 발표한 새 추기경 17명 명단에 알바니아의 은퇴 사제 에르네스트 시모네 신부가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신학자 이브 콩가르 등 몇몇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신부에서 주교를 건너뛰고 바로 추기경이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시모네 신부는 2년 전 교황이 알바니아를 사목 방문했을 때, 공산 정부의 탄압으로 고초를 겪은 체험을 발표해 교황을 눈물짓게 한 인물이다. 그의 감동적인 신앙고백이 끝나자 교황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다가가 인고의 가시밭길을 헤쳐온 그를 꼭 껴안아주었다. 두 사람은 단상에서 1분 가까이 부둥켜안고 무언의 위로를 주고받았다.

그는 ‘종교의 씨’까지 말려 죽이려 한 공산 통치하에서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고, 18년 동안 강제수용소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사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는 1963년 성탄대축일 미사 직후 정보원들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암살당한 전임 대통령을 미사 중에 기억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죽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죄목이었다. 악명 높은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종교 말살 정책을 펴던 시절이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얼마 뒤 중노동 형으로 감형됐다. 노동수용소는 자신의 몸뚱이 하나 건사하기에도 힘겨운 곳이다. 하지만 동료들을 모아 몰래 미사를 봉헌하고, 아픈 이들을 찾아다니며 돌봤다. 절망뿐인 잿빛 수용소에 희망의 빛을 비춘 영적 지도자였다.

그는 수감자들 시위에 연루돼 또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동료들의 탄원 덕에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공산 정부가 몰락한 1990년에야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그는 교황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은 원수까지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수감자들)을 도우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의 추기경 서임은 교황이 공산 치하에서 희생된 알바니아 성직자들에게 바치는 경의(敬意)라는 의미도 있다.

1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시성된 아르헨티나의 브로체로 신부(1840~1914)는 ‘양 냄새 나는’ 목자의 전형이다.

평생 노새를 타고 광활한 오지를 누비며 양 떼(신자들)를 돌본 터라 ‘가우초(Gaucho, 라틴 아메리카 목동) 신부’로 불린다. 2013년 9월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그의 시복식이 열렸을 때, 교황은 “그분이야말로 양 냄새 나는 진정한 목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사목한 성 알베르토교구는 서울의 7배에 달하는 4300㎢ 면적에 신자 수는 고작 1만 명뿐이었다. 그는 노새에 미사 제구와 기도서를 싣고 팜파스 대초원과 고산지대에 흩어져 사는 신자들을 찾아다녔다.

우비 모양의 판초에 챙 넓은 솜브렐로 모자 차림, 지친 노새의 고삐를 잡고 하염없이 걷다가 해가 지면 풍찬노숙하는 사목 방문길…. ‘길 위의 사제’는 그 길에 성당뿐 아니라 학교와 우체국도 세웠다.

그는 1867년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나환자를 돌보던 중 나병에 걸렸다. 후유증으로 눈이 멀고 귀가 먹어 결국 사목을 포기해야 했다.

죽음을 예감한 그는 평소 즐겨 방문한 나환우촌에 가서 “내가 죽으면 자네들이 나를 무덤까지 데려다 주게”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1914년 “(하늘나라) 여행 준비를 다 마쳤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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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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