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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위협하는 이단 사상에 경고음을 울리다

교황,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에 대해 거듭 언급하며 경계하라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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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의 정통성은 초세기부터 교부와 신학자들이 이단들을 물리쳐가면서 쌓아온 것이다. 숱한 이단과 열교(裂敎)를 논박하며 복음의 진리를 설파한 성 아우구스티노(354∼430)가 대표적인 신학자다. 사진은 DVD 영화 ‘성 아우구스티노’(베네딕토미디어)에서 아우구스티노가 이단 사상을 논박하는 장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훼손하는 두 이단 사상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고음을 울렸다. 영지주의와 펠라지우스주의다.

교황은 최근 발표한 사도적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두 이단을 “성덕에 대한 교활한(은밀한) 적들”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전체 5장 가운데 2장 전체를 두 이단의 정체를 밝히고, 왜 이를 경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처음이 아니다. 즉위 첫해인 2013년 교황직 수행의 청사진처럼 내놓은 문헌 「복음의 기쁨」에서도 영지주의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갇혀 버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펠라지우스주의는 “자아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미사 중에도 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노시스주의’(Gnosticism)라고 불리는 영지주의를 명쾌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스도교 이전부터 있었던 고대 사상인지, 아니면 그리스도교에서 나온 것인지 기원조차 불확실하다. 또한 교회 초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을 하고 등장했다. 그리스도교라는 몸에 은밀히 붙어 있는 ‘영적 기생충’에 비유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영지주의의 큰 줄기는 선악에 대한 이원론적 믿음이다. 또 다른 줄기는 구전이나 비밀문서들에 들어있는 거짓 진리(신비한 지식)에 대한 믿음이다. 이것이 당대의 철학, 신화, 기복적인 미신 등과 결합해 그리스도인들을 현혹했다. 영지주의자들이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자신들만이 느낄 수 있다고 하고 △유다교 전통보다는 희랍 사상의 관점에서 그리스도교를 이해하고 △하느님 아들이 참 인간이 되셨다는 강생 또는 육화(肉化) 신비를 부정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교황은 권고에서 “하느님의 신비와 그분 은총의 신비를 길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지주의는 결국 “그리스도 없는 하느님, 교회 없는 그리스도, 하느님 백성 없는 교회”를 선호하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 사랑이 아니라 지식(정보)으로 완덕에 도달하려는 게 영지주의의 오류 가운데 하나라고 갈파했다.

영지주의에 비하면 펠라지우스주의는 실체가 명확하다. 4세기 금욕주의자였던 펠라지우스는 인간은 오로지 본성과 자유로운 의지의 결정에 따라 구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원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님 은총의 필요성도 부정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상대가 바로 펠라지우스와 그의 제자들이다.

교황이 비판하는 핵심은 이 이단이 “인간의 의지와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규범의 엄격한 준수를 강조하고, 율법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 이들을 ‘신(新) 펠라지우스주의자’라고 칭했다.

교황은 이미 「복음의 기쁨」을 통해서도 이들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드러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힘만 믿고, 정해진 규범을 지키거나 과거의 특정한 가톨릭 양식에 완고하게 집착하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복음화하는 대신에 남들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은총의 문을 열기보다는 검토하고 검증하는 데에 힘을 소진해 버린다.”(94항)

또 “복음이 하느님 백성과 현대의 구체적 요구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전례ㆍ교리ㆍ교회 특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음험한 세속성’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발표 당일 교황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우리는 현학적 사상들이나 굳센 노력으로써가 아니라, 나약함 안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에 끊임없이 마음을 열고 있음으로써 구원받는다(거룩해진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교리에 다양한 해석 방법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교리를 단일화하려는 시도들과 다양성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획일적 지적 체계를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통과 교리를 앞세워 교황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보수 성향의 고위 성직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혼 후 사회혼자에게 영성체 허용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하는 사안만 하더라도 반대 목소리 때문에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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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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