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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33) 우리가 모두 파리 시민이다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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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전 세계 신문들은 비슷한 표제를 달았다. “우리가 모두 미국인이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붕괴는 미국뿐 아니라 문명 자체에 대한 공격이며, 모든 이가 그것을 지키는 일에 관련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현상이었다.

그 연대의 몸짓은 9·11 이후 외교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가운데에도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갔지만, 세계가 하나가 되었던 눈부신 순간은 짧게 끝났다.

아마 이번 화재 이후 신문 기사 제목들은, 특히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우리가 모두 파리 시민이다”가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이 연대가 쉬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는 장소였던 만큼 이 화재는 프랑스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가톨릭교회 전체에 크나큰 타격이었다. 노트르담대성당은 800년 동안 파리의 하늘에 우뚝 솟아 교회 역사의 거의 모든 장면을 목격하고 드러냈던 자리다.

노트르담대성당의 역사에서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의 격변기에 했던 역할에 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가령, 유다교에서 개종해 파리대교구장을 지낸 고(故) 장 마리 뤼스티제 추기경은 대성당 정면에 이스라엘 임금 28명의 조각상이 있고, 이는 대성당 건축에 재정적 후원을 한 파리 유다교 공동체에 감사하는 뜻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자주 언급했다. 노트르담대성당은 유다교와 가톨릭의 우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상징이기도 했던 것이다.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파리 당국은 방화나 테러의 가능성은 배제한 것 같다. 현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화재 원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벌어졌고 프랑스와 유럽뿐 아니라 가톨릭교회 전체의 심장에 깊은 자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은 신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상징하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특별한 장소 가운데 하나였다.

화재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대성당 앞에서 국민 앞에 대성당 재건을 약속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회견을 할 때, 그 옆에는 파리대교구장 미셸 오프티 대주교가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비록 개인적으로는 불가지론자이며 정치적으로는 엄격한 정교분리 옹호자이지만, 후보 시절에나 대통령으로서나 프랑스의 가톨릭 뿌리를 존중해 왔다. 그러한 정신이 당면한 과제에서 프랑스 정부와 교회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대성당 재건이 프랑스 국민의 숙명이 되리라고 말했지만 이는 어느 모로 보나 전 세계 교회의 사명이기도 하다. 이번 화재가 덮친 곳은 파리이지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유명한 대성당들도 세속주의가 팽배하는 가운데 종교적 예배 장소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면서 유지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어디서든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노트르담대성당 재건을 위한 전 세계적 캠페인이 자리 잡을수록, 온갖 정치적 함의를 피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화재 직후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트위터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노트르담대성당 재건은 그 진정하고 역사적이며 유다-그리스도교적인 기초 위에 유럽 재건의 상징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는 고귀한 정신일 수도 있겠으나, 그의 우익 정당인 ‘법과 정의당’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유럽 정치계의 상당 부분을 특징짓는 민족주의적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성주간을 시작하면서 이런 비극이 덮친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는 이들도 많지만, 오히려 교회 전례력의 가장 거룩한 시기에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지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트르담대성당은 프랑스의 자산이며 인류 유산의 일부이기에 교회와 국가 모두 협력하겠지만, 가톨릭 신자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어두컴컴한 성당 안에서 파스카 초에 불을 밝히는 성 토요일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노트르담대성당을 위한 특별 헌금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더 강력한 상징이 어디 있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가톨릭교회 전체가 노트르담대성당의 과거와 현재를 구하는 데 열정적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트르담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세속적 환경 가운데 하나의 심장에서 살아 숨 쉬는 신앙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지금은 우리 모두 파리 시민이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존 알렌 주니어는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존 알렌 주니어 편집장은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그는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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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4-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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