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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언어장애인 공동체 성요셉의집 ‘2016 여름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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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평화와 휴식을 주신 하느님 은혜에 감사합니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동해 바다와 설악산을 찾아 나선 여행길. 여느 관광객들이라면 저마다 설렘 속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떠들썩한 일정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 말 한마디 없이도 들뜬 표정과 미소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 사람들이 있다. 대화 없이도 천상의 손짓으로 휴양의 기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청각·언어장애인 공동체 ‘성요셉의집’(원장 김은영 수녀)이 마련한 ‘2016 여름캠프’. 조용하지만 가슴 뜨겁게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8월 16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동해바다가 마주 보이는 한 호텔 앞에 ‘성요셉의집’ 미니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한껏 미소를 머금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60~90대 남녀 농아인들. 성요셉의집 직원들의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를 타는 등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랜만의 나들이길이 즐겁기만 했다.

3박4일간 열리는 이번 여름캠프에 참가한 인원은 농아인 27명과 직원 등을 포함해 40여 명.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정순오 신부(서울대교구 한강본당 주임)가 수화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농아인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맞는 것처럼 반가워하며 정 신부의 손을 연신 부여잡았다.

정 신부는 아시아 최초의 농아 사제인 박민서 신부(서울 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사제)를 키워낸 장본인이다. 농아인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 신부는 한강본당 사목협의회(회장 곽만순)와 함께 이번 여름캠프를 물심양면 지원했다. 숙소인 마레몬스호텔(사장 김희언)도 농아인들의 뜻깊은 여행에 각종 편의를 제공해줬다.

저녁 식사를 위해 떠나는 미니버스에 올라탄 정 신부는 좌석이 있음에도 통로에 선 채로 농아인들과 수화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물었다. 정 신부는 “이분들 중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동해와 설악산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분들도 있었다”며 “이번 여행이 조금이나마 삶의 활력소가 됐으면 한다”고 웃어보였다.

이튿날인 8월 17일 오전 7시 호텔 지하 1층에서 열린 미사 시간. 이른 아침부터 정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인 농아인들은 손짓으로 기도하고 성가를 불렀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미사, 그러나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간구하는 아름다운 손짓으로 가득했다.

정 신부는 수화를 통한 강론에서 “내 부모님도 농아인이셨고, 나도 왜 우리 부모님이 농아인인지 괴로워했던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나에게, 하느님이 주신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고 말했다. 미사에 함께 참례한 한강본당 사목협의회 최선규(베드로·61) 부회장은 “복음 말씀을 손짓으로 전해 듣는 이 현장을 보니 천상의 언어가 바로 수화인 것 같다”고 감동을 전했다. 곽만순(마르코·60) 회장과 이철우(스테파노·60) 부회장도 “하느님의 축복을 진심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농아인들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약 700m에 있는 ‘권금성’ 정상 부근으로 올라갔다. 비록 몸이 불편하고 고령이어서 전망대 부근에서 설악산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농아인들은 연신 함박 웃음꽃을 피웠다.

성요셉의집에서 3년째 입소생활 중인 유순자(골롬바·76)씨가 기자에게 수화로 말을 건넸다. “우리 농아인들을 위해 헌신하시고 고인이 되신 허애덕 카리타스 수녀님의 권유로 17년 전에 세례를 받았다”며 “설악산에 올라보니 깊은 감동과 함께 카리타스 수녀님이 더욱 생각난다”고 감회를 전했다.

8년째 성요셉의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허준(프란치스코·79)씨는 “설악산에 와보니 너무 좋다”며 수화를 통해 기쁨을 전했다. 허씨는 “예전부터 정순오 신부님의 아버님과 잘 아는 사이였다”며 “정 신부님이 지난 25년여 간 농아인들을 위해 헌신해 오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농아인들은 이후 속초시립박물관, 실향민마을, 강원도 고성군 일대 등을 돌아보며 여름캠프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기쁨을 느끼는 삶, 하느님이 주신 생명이라는 고귀한 은혜를 다시 한 번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후원 문의 031-653-3169 성요셉의집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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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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