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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32)자비와 선행의 힘

자비와 선행, 하느님 닮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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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어떤 사람이 빵도 없고 먹고 살 양식도 없는 한 사람을 봅니다. 그러나 선의로 그를 도와주거나 구제해 주지 않고 오히려 경멸합니다. 그 가난한 사람은 물이 없어 가엾게 말라비틀어진 꽃나무 같습니다. 넘치는 풍요를 누리는 사람은 자기 재산에서 흘러나오는 위로로 많은 물을 대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샘물 하나에서 나온 물줄기가 드넓은 들판을 기름지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시냇물로 흘러가는 길목에 틀어박힌 바위처럼 탐욕과 이기심이 물꼬를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한 집의 넘치는 풍요는 가난한 백성을 안전하게 구제하기에 충분합니다.

온통 육신을 위해서만 살아가지 말고 어떤 것에서는 하느님을 위해서도 살아갑시다. 사치스런 음식이 우리 안에 들어오면 육신의 작은 부위인 목구멍에 즐거움을 주는 것 말고는 아무 좋을 것이 없습니다. 배 속으로 갔다가 뒷간으로 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마태 15,17)

이와 반대로 자비와 선행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자비와 선행은 인간 안에 머물며 인간을 신화(神化)하고, 인간이 신을 닮아감으로써 마침내 하느님과 같은 모습이 되게 합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불순물도 없이 모든 지성을 초월하는 태초의 존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해 줍니다.”(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사랑받아야 하는 가난한 이들」 1,13-14)



탐욕적 이기심에 대한 경고

우리 교회가 오랫동안 가르쳐 온 칠죄종(七罪宗)은 교부 전통에서 나왔다. 그 기원은 폰투스 출신 이집트 수도승 에바그리우스(345~399) 교부가 정리한 ‘여덟 가지 악한 생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가장 크게 해치는 이 여덟 가지 대표적 악습을 요한 카시아누스(360~432) 교부가 서방 세계에도 소개했고, 대 그레고리우스(540~604) 교황이 다시 일곱 가지로 정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칠죄종이다.

일곱 또는 여덟 가지 죄악 가운데 첫째는 언제나 ‘탐식’이다. 많은 교부는 탐식을 모든 탐욕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배를 하느님처럼 섬기면서 먹고 마시는 즐거움으로 복음의 기쁨을 대체하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굶주리고 목말라하는 이웃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본능적 욕구에 집착하게 하는 탐욕적 이기심이 치명적 죄악이기 때문이다.



신화(神化)의 길

교부들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까닭은 인간이 하느님이 되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을 닮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는 낯선 표현이지만, 인간이 하느님처럼 되는 것, 이것을 ‘신화’(神化)라고 했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는 영성생활의 단계적 여정을 시나이 산에 오르는 모세의 여정에 빗대어 「모세의 생애」를 썼다. 이 작품은 관상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오랜 필독서가 되었다. 그러나 그레고리우스는 이러한 영적 진보가 홀로 면벽 수행하며 무념무상 도를 닦는 수도승들의 전유물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레고리우스는 실천적 관상과 일상적 신화(神化)의 길로 모든 그리스도인을 초대한다. 우리 모두는 ‘자비와 선행’을 통해 하느님을 닮아가게 되며 마침내 하느님처럼 된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벗이 되어 즐겨 먹고 마심으로써 먹보요 술꾼이라 불리신 예수님처럼 사회적 약자와 인생 낙오자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면서도 자신을 위해서는 단식할 줄 아는 삶이 바로 예수님처럼 살아 하느님을 닮아가는 ‘신화’의 길이라는 것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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