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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간세포암 재발로 고통받는 최종국씨

여든 넘은 남편 강영태씨가 간호, 강씨도 한쪽 눈 실명, 도움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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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넘은 남편 강영태씨가 간호, 강씨도 한쪽 눈 실명, 도움이 절실

▲ 남편 강영태씨(오른쪽)가 아내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다. 김혜영 기자



“영감이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하는데, 어떤 때는 내가 눈물이 나. 내가 안 아프면 다 하는데…. 하루빨리 얼른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 광진구 광장동 반지하 방에서 만난 최종국(77)씨는 지난해 말 간세포암이 재발했다.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차고 어지러워서 멀리 나가지 못한다. 기운이 없으니 귀도 어두워졌다. 간경화로 시작해 병원에 드나든 지 10여 년,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버렸다.

아내의 암 투병 이후 남편 강영태(84)씨는 바빠졌다. 두 사람에겐 자녀가 없다. 그래서 최씨를 병원에 데려가고 식사와 약을 챙겨주는 일,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은 오롯이 남편 강씨의 몫이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외출도 쉽게 하지 못한다. 나가더라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살림살이는 남루해도 아픈 노부부가 사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다. 남편 강씨의 성실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집 한편에 쌓인 수북한 약통과 봉지들만 아내의 투병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아내를 돌보는 강씨 역시 몸이 성하지 않다. 30여 년 전 타일 철거작업을 하다 눈에 파편이 박혀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대쪽 눈도 백내장 수술을 한 뒤 시력이 좋지 않다. 다리도 군데군데 아프지만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아픈 아내를 간호하면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요즘 들어 체력이 쉬이 달린다.

노부부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시각장애 수당 등을 합쳐 한 달에 5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여기서 매달 월세와 관리비, 공과금으로 20만 원 이상이 나가고, 남는 돈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항상 빠듯하다. 조금이나마 모아뒀던 돈은 급할 때마다 꺼내 쓰다 보니 바닥이 난 지 오래다. 노부부의 이런 사정을 확인한 광진구보건소 방문간호사는 모현 가정 호스피스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산 지 50여 년. 남편 강씨에게 소원을 물었다. “소원이 뭐 있겠어. 아내가 오래 사는 것밖에 없어.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방 안에 함께 있는 것이 좋지.”

가진 게 없어도, 몸이 아파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한 노부부다.

김혜영 기자 justina81@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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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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