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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 늦깎이 새 사제 박창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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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멈칫했다.

“이크, 나를 부르는 소리구나.”

수단 자락 휘날리며 신자들을 향해 뛰어갔다.

‘드디어’ 신부가 됐다. 세상이 바뀐 듯한 기분이다. 입에서는 ‘주님, 감사합니다’란 기도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주님의 도움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다는 절절한 신앙고백이었다.

박창규 신부(프란치스코·일본 가고시마교구), 56세다. 그런데 갓 서품된 ‘새 신부’다.
인터뷰 전부터 나이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대체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면 그 나이까지 사제성소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박 신부는 미사 전례 내내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주님을 찬미했다.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신자들을 바라보며 대화하듯 강론을 이어나갔다. 새 신부의 기나긴 안수 시간이 끝나고, ‘우리 신부님’을 찾는 신자들 뒤에서 다시 긴 시간 기다린 후에야 주인공과 마주할 수 있었다.

박 신부는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영광 대신 고통의 대가를 치르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제성소를 품어왔다. 집안의 반대로 소신학교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쉼 없이 성소를 갈고 닦아 36년 전 가톨릭대학교, 대신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3년을 채 지내지 못하고 신학교 문을 나서야 했다. 중증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언젠가 다시 신학교로 돌아올 것’이라고 결심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긴 시간이었다. 어머니가 선종하신 후엔 나이 제한으로 신학교에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고통의 시간이 이어졌다. 우연히 일본신학교에 유학 중인 신학생의 소개로 일본교회 가고시마교구로 이적하게 됐다. 가고시마교구에서도 나이든 신학생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긴긴 회의가 몇 차례 이어졌다. 문을 연 교구는 곧바로 박 신부가 신학교 수업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유학을 배려해줬다.

“하느님께서는 얼마 전 선종하신 최기산 주교님을 통해 제가 사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신학교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니, 입학 허가가 난 날, 저는 너무나 기뻐서 껑충껑충 뛰었답니다.”

그런데 다른 신학생들과 30여 년의 나이 차가 있었다. 50대에 들어서, 그야말로 아들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수학하는 여정은 또 다른 고통이기도 했다.

이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은 오로지 쉼 없는 기도였다. 자주 신학교 내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곤 했다. 기도는 인간이 주는 그 어떤 위로보다 더욱 크고 깊은 평화를 줬다. 어린 시절부터 기도만 하면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믿음이 한 치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특히 어머니의 병간호를 할 때는 온종일 쉬지 않고 화살기도를 했었다. 어머니를 모시는 성소를 택했지만, 주님께서는 뒤늦게라도 사제성소의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도 놓지 않았다. 기도가 버팀목이 돼 준 덕분이었다.

올해 9월 22일 일본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신학교에 처음 입학한 지 36년만이었다.
이어 출신 본당인 의정부교구 정발산본당 신자들과 함께 첫 미사를 봉헌했다.

박 신부는 “수없이 나를 할퀴던 고통들을 첫 미사를 봉헌하게 함으로써, 주님께서는 완전히 갚아주셨다”면서 “거룩한 성직의 은혜를 주신 주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평생을 기도하면서 신부로 살아가겠다는 다짐, 죽기 살기로 기도하는 모습,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기도를 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보아주신 거란 생각에 또 감사기도를 드린다”는 박 신부. 앞으로도 자신이 체험한 기도의 힘을, 주님의 사랑을,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살겠다고 밝혔다.

56세 늦깎이 신부의 첫 고백과 마지막 고백도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이다. 박 신부는 사제서품 성구로 정한 이 고백을 다시 되뇌이면서 “신부로서 끊임없이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쉬지 말고 기도하라’”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체험한 기도의 힘을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살겠다”고 밝힌 박창규 신부는 쉬지 말고 기도할 것을 강조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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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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