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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인도장 금장 받은 유의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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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지난달 27일 ‘적십자 인도장 금장’을 수상한 유의배 신부(Luis Maria Uribe·71·작은 형제회). 유 신부는 “이 상은 제게 주신 것이 아니라 성심원의 한센인들에게 주신 것으로 생각하며 그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적십자 인도장 금장’은 인류의 고난 경감과 예방에 공헌한 이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경남 산청 성심원(원장 오상선 신부) 준본당 주임인 유의배 신부는 스페인 게르니카 출신으로 지난 1976년 한국에 선교를 위해 찾아왔다. 유 신부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 수도원 안에 있는 명도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중 한달간 성심원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장소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들 때문입니다. 천사 같은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서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으신 것일까? 유 신부는 1980년 성심원 준본당에 부임한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센인들은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센인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았기 때문에 마음의 고통과 상처가 큽니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죠. 그러나 누구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 신부는 한센인들의 마음을 알기에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사랑을 표현한다. “앞 못 보고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고개만 숙이고 인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들 안에서 살아계신 예수님을 보게 되는데 어찌 다가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유 신부는 성심원에서 생활하던 한센인이 선종하면 연도에서 장례미사까지 주례하며 그들의 죽음에 함께한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새 삶입니다. 그렇기에 가족(한센인)이 돌아가실 때 떠나신 것에 대한 슬픔과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느낍니다.”

한센인의 임종 때는 곁을 지켰던 그는 정작 부모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선교사로 살아온 삶 중에 가장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말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러나 이 일도 한센인들을 향한 열정을 꺼트리지 못했다. 그는 다른 소임지를 요청하지 않고 성심원을 지킨 이유를 짧고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소임지는 순명으로 받는 것입니다. 그 순명을 참아 견딜 줄 알아야 합니다. 지난 세월은 주님과 그분을 따르는 형제들과 함께한 행복한 삶이었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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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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