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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48) 우리 사회의 비극과 그리스도인의 자리

아파하는 이들 곁에 누가 있습니까
중국 쓰촨성 대지진 현장 찾은 원자바오 총리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며 희생자 위로
갈팡질팡하는 우리 … 비극 방지에 총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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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을 차가운 바다 속으로 떠나보낸 ‘세월호 참사’ 이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절망의 외침이 곳곳에서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날 모든 국민들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저력을 믿었습니다. 뜬눈으로 가라앉는 배를 지켜보면서도 “설마…”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채 피어보지도 못한 꽃다운 생명들을 떠나보낸 그날 이후 국민들은 오히려 OECD회원국이니 국민소득 3만 달러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과정을 무시한 결과지상주의와 정신이 배제된 물질주의, 개인주의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아울러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하는 권력의 무상함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국가는 보이지 않았고 공권력은 허무할 정도로 무기력했습니다. 행정부를 책임지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실질적인 역할은 고사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더 큰 불신을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가까운 이웃 중국과 비교돼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지난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규모 8.0의 초대형 지진으로 7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1만 8000여 명의 실종자, 37만 3000명의 부상자, 5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참극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사건 발생 1시간30분 만에 베이징에서 사건이 발생한 산골 마을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울지 마라. 나와 정부가 너희들을 책임질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가 고통 받는 희생자와 함께 나누고자 했던 눈물은 전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원 총리의 이런 모습은 국가적 대위기 앞에 직면해 불안해하는 중국 국민과 실의에 빠진 희생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절망에 낙담해하던 희생자 가족들과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중국 국민들은 정부가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혼연일체가 되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며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이면에는 바로 국가적 위기를 하나된 마음으로 이겨냈다는 정신적인 힘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사고 후 두 달이 넘도록 희생자들의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누구 한 사람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습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적폐 청산, 진상 규명 등을 외치던 목소리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잦아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 가운데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잉태되어 왔건만 또 다시 똑같은 비극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지우기 힘듭니다.

지금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어떠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여기서 마음의 위로와 치유가 시작될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의 자리는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들 곁입니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 4)는 말씀대로 아파하는 이들 곁을 지킬 때 우리도 덩달아 하느님의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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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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