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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박은미 헬레나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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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헬레나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교수




어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갈등)가 발생했을 때, “나의 잘못된 성격이나 행동 탓”이라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빠져드는 경험을 해 보았을 터다.

“오늘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다 나 들으라는 듯 폐부를 콕 콕 찌르는 것 같았다.”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아니 나만 없으면 우리 가족 모두가 편안할 텐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죄책감이나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생활하면, 이렇듯 누구나 약간의 신경증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이런 태도가 심각해지면 심리학에서는 ‘인지 부조화’로 진단해 심리치료를 권한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G. Jung)은 “모든 신경증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고통을 회피한 대가”라고 딱 잘라 말했다. 크든 작든 삶에서 생겨나는 문제와 그에 따르는 고통을 회피하려 들기 때문에, 정신ㆍ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심리적으로나 영적으로 보다 강건해지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고통을 마주하는 ‘훈련’에 나서라고 권한다. 물론 자기 문제에 직면하기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문제를 마주하는 ‘훈련’에 나서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신경증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는 성격 장애를 지닌 사람의 행동이다. 신경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자기 과실로 여기고 불필요한 죄책감까지 느끼며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다 치료에 나선다. 반면, 성격 장애인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실 은폐’와 ‘책임 회피’다. 명백하게 자신의 행동으로 벌어진 일조차 자기 책임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지도,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남의 탓’, ‘세상 탓’만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심리학자들의 최종적인 연구 대상이 바로 성격 장애다. 미국 정신과 의사 스캇 펙(Scott Peck)은 말년에 인간 행동에 내재된 ‘악’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고 시도하면서, 성격 장애자들을 ‘거짓의 사람들’, 나아가 ‘악의 사람들’이라 규정했다. 심리적인 문제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치유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중’이나 ‘아픔을 향한 동정심’에 바탕으로 두어야 하지만 성격 장애자, 즉 ‘거짓(악)의 사람’으로 규정되는 사람에게서 경험하는 감정은 ‘혐오감’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을 정도다. 성격 장애자들이 드러내는 거짓말과 왜곡, 책임 회피와 위장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혼돈과 염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는 ‘악’의 영어 철자 ‘evil’이 ‘산다’는 어휘 ‘live’의 철자를 거꾸로 늘어놓은 것이라며, “삶을 거스르는 것, 생명력에 역류하는 것이 바로 악의 실체”라고 보았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역시 「인간의 마음」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성장의 징후’와 ‘쇠퇴의 징후’를 구분했다. ‘생명과 사람에 대한 사랑’에 거슬러 ‘사람에 대한 무관심’, ‘악성 자아도취’에 빠져들 때, 살아 있으나 그것은 쇠퇴와 죽음에 사로잡힌 상태라고 단언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죄악을 심리적으로 규명하려 했던 만큼, 에리히 프롬은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악마’가 아니라 ‘비상한 힘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을 탄핵해 파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보며, 지배 권력을 지닌 사람(집단)이 ‘생명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거스를 때 개인적으로나 사회, 정치적으로 어떻게 악폐를 키워나가게 되는지를 확인한다. 선과 성장을 향한 노력, 삶과 생명에의 선택이 그리스도가 몸소 보여주신 가르침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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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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