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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할머니의 퀼트전 “틈틈이 묵주신공혀며 한 거여”

마양금(마리아) 할머니, 생애 두번째 작품전 서울 명동에서 열어 솜씨 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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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백 세 시대’,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다. 올해 93살인 마양금(마리아, 광주대교구 강진본당) 할머니에게 이 말이 꼭 들어맞는다. 마 할머니는 7~13일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생애 두 번째 누비(퀼트) 작품전을 연 엄연한 ‘작가’다.



덮개와 가방 등 40여 점 선보여

할머니가 선보인 작품은 덮개와 가방, 방석, 조끼 등 40여 점. 전부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정성과 사랑을 들여 만든 작품들이다. 자연에서 따온 은은한 색감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실용성까지 갖춘 할머니의 작품에서는 꼼꼼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바느질 솜씨가 돋보인다. 전문 퀼트 작가 작품 못지 않다.

전남 강진으로 시집와 일꾼들까지 데리고 농사를 짓고 살아온 할머니는 10여 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낸 뒤부터는 논 대신 텃밭에서 깨와 고추, 상추, 호박 등을 기르며 살아가고 있다. 90대임에도 정정한 마 할머니의 건강 비결은 ‘텃밭 일’과 ‘기도’, ‘바느질’이라는 삼박자 조화가 아닐까 싶다.

“평생 농사지었지. 지금은 벼(농사) 못혀 힘들어서. 심심하면 텃밭도 쓱 한 번 댕겨오고. 힘들면 바느질하고. 묵주신공 혀. 그게 전부여. (작품 활동은) 심심혀서 했어.”



기도와 노동, 마치 수도자의 삶처럼

전시회 주제는 할머니의 말마따나 ‘실로 이은 텃밭-노느니 했소’다. 땀 흘려 일하고 좋아하는 바느질로 삼매경에 빠지고, 바느질하면서도 끊임없이 기도하는 할머니의 삶은 ‘기도와 노동(Ora et Labora)’으로 집약되는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평생 해온 바느질이지만, 할머니는 요즘 들어 바느질 시간이 가장 즐겁고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일제 강점기와 6ㆍ25 전쟁을 모두 겪으며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살아온 할머니가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바느질은 궁핍했던 그 시절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의 삶의 모습이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에게 바느질은 보는 이들에게 행복감과 위안을 주는 시골 고향 집 같은 작품들로 거듭났다. 할머니가 전시회를 할 정도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섬유 아티스트인 딸 정차순(루치아) 작가 덕분이다. 딸의 퀼트 작품의 작업을 돕다 숨어 있던 탤런트를 발견한 것이다.

바느질 솜씨 자랑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대답했다.

“(내가 내 작품을) 어떻게 자랑을 하겄어. 내가 한 것인디. 여러 양반이 보고 잘했다 못했다 하지 나는 모르겄어. 내가 하는 대로 한 거니께. 노느니 한 거니께.”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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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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