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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평창 올림픽(곽윤기, 스테파노, 쇼트트랙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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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니…! 드디어 기다리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꿈을 꾸던 올림픽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의 첫 목표는 선발전 통과였습니다.

주위의 몇몇 분들도 “조금 늦은 거 아닐까? 나이가 많아서…”라고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저 자신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리라는 확신이나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떨어지면 어쩌지?’ ‘사람들의 염려를 무릅쓰고 출전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이러한 마음들이 조금씩 커질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 이후 부상을 이겨낼 때 제게 동기 부여가 되었던 올림픽이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가득했습니다. 어찌나 간절했는지, 어느 날부터 연습장에 들어갈 때 얼음에 손을 대고 십자성호를 긋기 시작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하느님을 찾는 건 아닐까?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말할 자격은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하느님의 도움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이 저를 조금 뻔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느님, 저는 지금까지 저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본 적이 없습니다. 늘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자격이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이번만은 저 자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실 당신께 저를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았던 이유는 스스로 잘해서 하느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그저 도와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겠죠.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팀에 선발되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다시 참가하게 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올림픽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수촌 안에 작은 기도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것 그리고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시는 신부님이 계신다는 점입니다. 올림픽 전에도 신부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올림픽 가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줘요. 미사 봉헌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할 수 있어요.”

선발전을 마치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평창올림픽은 아쉽게도 눈에 보이는 멋진 결과는 없었습니다. 멋지게 준결승전을 치르고 결승전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 달리던 중 후배 선수가 넘어져 입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저는 하느님께 다시 기도할 수 있는 용기와 뻔뻔함이 생겼고, 신부님과 둘이서만 드린 미사의 추억도 생겼고, 메달이 없어도 “고생했다. 자랑스러웠다” 말해주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저의 올림픽은 너무도 행복한 올림픽이었습니다.

다시 올림픽에 도전한다고 하면, “나이가 너무 많다”고, “불가능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저는 다시 한 번 십자성호를 긋고 얼음판을 나서며 기도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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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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